"이명박 당선으로 한국 정상적 정치구조로 돌아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9월 방한해 한나라당 후보였던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장<右>. [뉴시스]

"지난 2월 8일과 9월 3일에 잇따라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를 만나 인터뷰를 했다. 한.미 동맹에 긍정적 시각을 갖고 있었고, 대북정책도 균형을 추구할 것으로 보였다."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장이 19일(현지시간)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를 평가했다. 워싱턴 포스트의 외교 전문기자 출신인 그는 워싱턴에서 가장 지명도 높은 한반도 전문가다. 오버도퍼 소장은 박정희부터 노무현까지 한국 대통령 7명을 모두 인터뷰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 당선자도 이미 두 차례 인터뷰했으니 그는 대통령 8명을 전부 인터뷰한 셈이다.

-이번 대선 결과를 평가하면.

"과거 대선과 달리 지지율 격차가 매우 커 드라마틱(dramatic)하다고 느꼈다. 이 정도 격차가 날 줄은 몰랐다."

-이 후보의 당선 의미는.

"한국은 근본적으로 보수적인 나라다. 이 후보의 당선은 한국민들이 그를 통해 보다 정상적인(normal) 정치구조로 되돌아갔음을 의미한다."

-당선자를 두 번 만났는데.

"9월 만났을 때가 훨씬 안정감 있고 확신에 차 있더라. 노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도 만난 적이 있지만 이 후보만큼 확신에 차 있진 않았다. 이 후보에게 특히 인상적인 건 인터뷰 초반 갑자기 수첩을 꺼내 대화 내용을 주의 깊게 적어 갔다는 점이다."

-많은 한국 대통령을 만났는데 이 당선자의 다른 점은 뭔가.

"역대 대통령 중 첫 CEO 출신으로 솔직하고 거침없는(straightforward) 기업인의 면모를 지닌 점이다. 현대 재직 시절 해외를 많이 다녔고,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대원수 등과 만나 중동에 인맥을 쌓는 등 풍부한 (민간)외교 경험을 갖고 있는 점도 전임자와 다르다. 한국의 정치인 출신 대통령들은 대기업 조직을 운영해본 적이 없고 해외 경험도 드물다. 군 출신 대통령들은 조직(군대)은 운영해본 적이 있지만 해외 경험이 없다."

-이 당선자의 대미관을 어떻게 보나.

"그는 나와 만났을 때 현(노무현) 정권 아래에서 한.미 동맹은 적절하거나 최선의 상태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한.미 간에는 더 많은 신뢰와 솔직함이 필요하다면서 집권하면 동맹 관계 개선에 힘쓸 거라고 했다. 그런 점에서 그의 대미 인식은 긍정적(Positive)이다. 다만 말과 실천은 별개이므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북한에 대해선 어떨까.

"이 당선자는 대북 포용정책의 틀은 승계하겠지만 전임자들처럼 남북관계에서 큰 성과를 내는 데 급급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북한에 대해서건 미국에 대해서건 예기치 못하거나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정책을 펴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북한과는 대화를 하되 상호주의.조건주의에 입각할 것이다."

-이 당선자는 미국과 교류한 경험이 적고 참모진 중 대미 채널이 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미국은 한국민이 압도적 지지로 뽑은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당연히 노력할 것이다. 따라서 이 당선자가 대통령이 되면 대미 채널이 부족해 곤란할 일은 없을 것이다. 특히 그가 취임하는 내년 2월이면 미국도 예비경선이 일단락돼 대선 정국이 개시된다. 양국 리더십이 새 출발하는 시점인 만큼 그의 취임 타이밍은 좋다고 볼 수 있다."

◆돈 오버도퍼=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장. 워싱턴 포스트의 외교 전문기자를 지내다 1993년 은퇴한 뒤 '두 개의 한국(The Two Koreas)'을 출간하며 한반도 전문가로 입지를 굳혔다. 프린스턴대를 졸업했고, 53~55년 미 육군 중위로 한국에서 근무했다. 55년 일간 샬롯 옵서버의 기자로 언론에 입문한 뒤 68년 워싱턴 포스트로 옮겨 25년간 근무했다. 84년 김영남 당시 북한 외상을 인터뷰해 1면 머리기사로 싣기도 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