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빨리 미국 방문해달라" 이명박 "미국과 협력 북핵 해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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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20일 밤 9시45분 서울 견지동 안국포럼 사무실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축하 전화를 받았다. 이 당선자는 7분 정도 부시 대통령과 통화했다. 부시 대통령은 "당선을 축하한다. 그동안 나는 한국의 선거를 꾸준히 지켜보고 있었다"며 한.미 관계와 북핵 문제의 몇 가지 원칙에 대해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당선자는 "미국과 협력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부시 미 대통령="미국은 한.미 관계를 우선적으로 중시한다. 미국은 한국과 똑같이 핵의 위협을 받지 않는 한반도를 원한다. 저는 이 당선자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북한에 대해 굳건한 자세를 보여야 하며 북한이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도 알고 있다. 또 당선자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장차 평화와 번영을 달성하기 위해 협력하고 싶다."

▶이 당선자="고맙다. 대통령에 취임하면 두 가지 일을 하고 싶다. 하나는 대한민국 경제가 좀 어려워 경제를 살려야 하는 문제가 있다. 그 다음은 북한 핵을 포기시키는 것이다. 상호 협력해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 북한 핵을 포기시키기 위한 미국의 노력에 대해서 깊은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앞으로 미국과의 관계를 공고히 해서 동북아의 평화를 지키고 또한 북한 핵을 포기하는 데 협력할 것을 저는 약속드린다."

대화 끝에 부시 대통령은 "취임 후 가능한 한 빨리 미국을 방문해 달라"고 제안했고, 이 당선자는 "이른 시일 내에 방문하겠다"고 답했다고 나경원 대변인이 전했다. 두 사람은 "신의 축복이 있기를"이라는 인사로 7분여 동안의 통화를 마무리했다.

이 당선자에게 19일과 20일은 완전히 다른 날이었다.

오전 7시50분 서울 가회동 집을 나설 때부터 달랐다. 일부 주민은 농악대 차림으로 꽹과리와 북을 치며 환호했다. 이 당선자는 이들에게 "좋은 아침이다. 늘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밤 사이 자택 주변 경호는 강화됐다.

골목 곳곳에 청와대 소속 경호원들이 배치됐다. 대문 앞을 지나려 해도 금속탐지기를 통과하고 소지품 검색을 받아야 했다.

이 당선자가 오전 8시쯤 국립현충원 참배를 위해 검은색 그랜드카니발 승합차에 오르자 호위 차량 10대와 오토바이가 따라붙었다. 경찰의 교통 통제 속에 종로구 가회동을 떠난 행렬은 10분 뒤 동작구 국립현충원에 도착했다. 참배를 마친 뒤 이 당선자는 방명록에 "국민을 잘 섬기겠습니다.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겠습니다"는 글을 남겼다.

청와대 경호실은 벤츠 방탄차량도 제공했지만 이 당선자는 사양하고 유세 때 타고 다녔던 그랜드카니발 승합차를 그대로 사용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이 당선자가 당선 바로 다음 날부터 외제차를 타는 게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상은.이상득씨와 선영 참배=이 당선자는 이날 오후에는 비공식 일정으로 아버지.어머니 묘가 있는 선영을 찾았다. 9월 방문 뒤 석 달 만이다. 부인 김윤옥 여사와 큰형 이상은씨, 둘째 형 이상득 국회 부의장 내외가 함께했다.

이 당선자는 오전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당 선대위 해단식에도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 당선자는 "(한나라당은) 돈 안 드는 선거를 이뤘고 네거티브 선거를 하지도 않았으며 정책선거를 했다"고 말했다. 또 이 당선자는 박근혜 전 대표 등 지원 유세에 나선 이들을 거명하며 "한 분 한 분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첫 연설문, 유우익.박형준.현인택.신재민 합작품=이날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내외신 기자회견 때 이 당선자가 낭독한 첫 연설문이 명문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누가 작성했을까. 유우익 서울대 교수, 박형준 대변인, 현인택 고려대 교수, 신재민 메시지팀장이 함께 만들었다. 이 후보의 측근으로 꼽히는 네 사람은 13일 초안을 잡았다고 한다. 이때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현 교수가 초고를 썼고 이후 두 차례 정도 모여 원고를 고쳤다.

이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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