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반영비율은 낮지만 동점자 경쟁서 중요 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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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18일 오후 3시 서울 남산에 있는 서울시 교육연구정보원 11층 진학진로정보센터. 삼수생 김영환(20.가명)씨가 서울시 진학지도지원단 교사들의 무료 진학 상담을 받으러 왔다. 주석훈 한영고 교사가 김씨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을 엑셀 프로그램에 입력하자 전국 100개 대학 389개 전형별로 김씨의 성적이 대학별 환산점수로 일제히 변환됐다. 환산 점수마다 김씨의 전국 석차까지 나왔다. 이와 함께 서울 진학지원단 교사들이 추정한 대학별 지원 가능 누적인원이 표시됐다. 합격 안정권 대학은 파란색으로, 소신지원이 가능한 대학은 연두색으로 구분됐다.

"교대를 지망한다고 했는데 어디까지 생각하세요?" (주 교사)

"너무 먼 지방은 그렇고 수도권이면 어떨까요."(수험생)

"군별로 봅시다. 나군에선 어떤 대학을 원합니까?"(주 교사)

"K교대라면 어떨까요?"(수험생)

"K교대라면 수능 성적으로는 지원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논술.면접의 상대적 비중이 큽니다. 자신있겠어요?"(주 교사)

"논술.면접 실질반영비율이 낮은데 명목상의 시험 아닌가요?"(수험생)

"K교대의 경우 1단계 전형에서 1.5배수를 뽑기 때문에 수능 동점자가 많을 거예요. 논술은 등급을 '뒤집기'는 어려워도 동점자끼리의 경쟁에서 중요한 변수가 됩니다."(주 교사)

20일부터 정시모집 원서접수가 시작된다. 평준화 등급제로 성적 정보가 제한돼 지원 대학을 고르기가 '미로' 같다. 주 교사는 "진학 결정은 몇 차례에 걸쳐 상담을 받고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며 "대학과 전공 중 우선순위를 정확히 정한 뒤 군별로 안정.소신형 등으로 지원 대학을 적절히 배분하라"고 말했다. 지금까지가 '초벌구이' 상담이었다면 최종 결정 전에 다시 한번 꼼꼼히 따져보라는 것이다.

주 교사의 노트북에 담긴 것은 '서울 에듀'라는 진학 상담 프로그램이다. 서울시 진학지도지원단 중 강남권역 교사 10여 명이 한 달 넘게 매달려 자체 개발했다. 수능 성적 발표 뒤엔 거의 합숙식으로 새벽 3시에 퇴근하고 다음날 오전 8시에 출근하는 날이 이어졌다고 한다. 주 교사는 "수능 평균 등급을 기준으로 한 대학별 배치 기준표는 '눈대중'으로만 참고하도록 하고 직접 대학별 환산 점수를 내서 유불리를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전형이 다양하기 때문에 지원 자격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원서를 넣는 경우도 있다. 수리 가형을 치른 수험생에게만 지원 자격을 주는 모집단위에 수리 나형 학생이 원서를 넣는 식이다. 원서 접수 대행 사이트들은 이런 식의 지원 자격 미비를 자동으로 걸러주게 프로그램이 돼 있지 않다. 원서 접수 전 해당 대학의 홈페이지를 통해 최종적으로 자격 요건을 스스로 재확인해야 한다.

◆20일부터 원서 접수=정시 원서접수 기간은 ▶가군, 나군, 가.나군은 20~25일 ▶다군, 가.다군, 나.다군, 가.나.다군은 21~26일이다. 같은 군에 속한 대학이라도 마감일 또는 마감시간이 다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2005년엔 접수 마감일에 사이트가 마비되는 사태도 빚어졌다. 막판 '눈치작전'으로 수험생이 한꺼번에 사이트에 몰린 영향도 있지만 1000여 명의 수험생이 '사이버 테러'를 통해 해당 사이트에 과부하를 걸어놓은 사실이 적발됐다. 원서접수 대행 사이트의 관계자는 "마감 직전에 접수가 몰리면 시스템 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니 하루쯤 여유를 갖고 원서를 내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올해 입시에선 정시모집 대학의 70%에 해당하는 120여 곳의 마감일이 26일에 몰려 있다.

한편 중복 지원에 주의해야 한다. 원서접수 대행 사이트별로 자체적으로는 중복 지원이 안 되게 프로그램이 돼 있다. 그러나 A사에서 가군 대학을 지원한 뒤, B사로 옮겨가 또 가군을 지원할 경우 프로그램상으로 막을 수 없다. 이는 중복 지원으로 간주돼 합격이 취소될 수 있다.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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