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cover story] 해적선 등 수백만척이 해저에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3면

바다는 수중생물의 삶터이기도 하지만 죽은 배들의 무덤이기도 하다. 인류가 배를 띄운 이래 지금까지 가라앉은 선박들이 얼마나 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오대양 바다 밑 개흙 속에 잠긴 침몰선이 적어도 수백만척에 달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근해만 해도 난파선이 약 3천여척을 헤아린다. 미국 해역에도 난파선이 10여만척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수백, 수천년이 흘렀어도 여전히 뭍의 사람들이 애타게 찾는 침몰선이 있다. 바로 보물을 실은 난파선들이다.

멀게는 17,18세기 카리브해를 누비던 해적선을 비롯해, 제1.2차 세계대전 당시 귀금속들을 수송하다 가라앉은 군함들도 탐험가들의 발굴 목록에 올라 있다. 특히 중남미 약탈에 앞장섰던 스페인 함대 소속 범선이나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상선들은 가장 '인기'있는 난파선들이다. 대개 이들 배는 식민지에서 빼앗은 보화를 싣고 가던 중 난파한 데다 침몰.좌초 기록들이 비교적 자세히 문헌으로 전해지는 까닭이다. 1752년에 남중국해에서 좌초한 동인도회사 소속 상선인 겔더말센호도 그 중 하나다. 보물 탐사가들은 1985년 마침내 이 배를 찾아내 1백20여개의 금괴와 16만여점의 청자.백자를 건져냈다.

또 93년에는 2백80여년 전 미국 플로리다 반도 인근에서 가라앉은 스페인 함선 11척에서 다이아몬드 4백여개 등 엄청난 양의 유물과 보물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처럼 성과가 없진 않지만 보물을 실은 침몰선을 찾아내고 인양하는 작업은 말 그대로 '모래 밭에서 바늘 찾기'다. 그만큼 어렵다. 그나마 수백, 수천m 심해에 가라앉은 배들을 탐사하고 보물을 찾는 일은 42년 수중호흡기가 발명되면서 가능해졌다. 다행히 발굴 방식은 갈수록 세련되고 정교해지고 있다. 초창기만 해도 금속탐지기로 바다 속을 마구 뒤지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다 최근엔 다국적 보물선 인양회사가 나서 원격조종 로봇이나 해저면 탐사기 등 첨단장비를 동원해 해저를 이 잡듯 훑는 스타일로 바뀌었다. 그러나 역시 보물선을 찾는 가장 확실한 '열쇠'는 침몰된 배의 얘기를 담은 역사적 사료나 문헌, 하다못해 '구전(口傳)'정보다.

보물을 실은 난파선들은 우리나라 바다 속 곳곳에도 잠들어 있다. 가장 유명한 침몰선이 바로 76년 10월 전남 신안읍 도덕도 앞바다에서 인양된 '신안 보물선'이다.

가깝게는 2001년 발굴된 '고승호'도 있다. 청일전쟁 도중에 은괴 등을 싣고 가다 일본 해군에 의해 격침된 청나라 영국 국적의 상선이다.

인천시 옹진군 덕적면 울도 인근 해저에 묻혀 있는 것으로 확인된 이 배는 발굴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한편 보물선은 아니지만 현대과학으로 찾아낸 사상 최악의 해양 참사 '주인공'도 있다. 1912년 4월 12일 처녀항해에 나섰다가 빙산과 부딪쳐 대서양 바다 4천m 아래로 가라앉은 타이태닉호다. 타이태닉호는 그 후 70여년이 지난 85년에야 탐사팀에 발견됐다. 현재 본격 인양에 앞서 탐사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표재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