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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뚫는 '명품 미사일' 러시아 발사실험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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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러시아가 미국의 미사일 방어(MD)망을 뚫을 수 있는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에 성공했다고 이타르-타스 등 현지 언론이 18일 보도했다.

러 해군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17일 북극해 인근 바렌츠해 해저에 위치한 핵잠수함 '툴라'에서 발사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극동 캄차카 반도의 군사훈련장에 있는 목표물을 명중시켰다"고 밝혔다. 이고리 디갈로 러 해군 공보관은 "오전 10시25분(모스크바 시간) 발사된 미사일이 30분 동안 6000㎞를 날아가 목표물을 정확히 맞혔다"고 말했다.

이날 발사된 미사일은 러시아가 소련 시절 개발한 대륙간 탄도미사일 RSM-54를 현대화해 만든 '시네바'(나토명 Skiff SS-N-23)로 알려졌다. 최대 10개의 핵탄두를 싣고 8300㎞까지 비행할 수 있는 시네바는 위성항법장치를 활용해 비행궤도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을 뿐 아니라 적의 MD망을 피할 수 있는 특수 장치를 갖추고 있어 '미사일의 명품'으로 불린다. 러시아는 "현 기술 수준에서 이 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는 무기는 없다"고 자랑하고 있다. 이날 훈련에 참가한 돌고래급(나토 분류 Delta-4급) 핵잠수함 툴라는 16기의 시네바 미사일을 장착하고 있다.

시네바는 러 해군이 올 6월 시험 발사에 성공한 또 다른 신형 SLBM '불라바'(나토명 SS-NX-30), 지상 발사 대륙간 탄도미사일 '토폴-M'과 함께 러시아 핵 전력의 중추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번 실험은 미국의 동유럽 MD 기지 건설 계획을 둘러싸고 미-러 양국 간 외교.군사적 긴장이 높아진 상태에서 이뤄졌다.

미국은 이란 등 '불량국가'의 공격에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폴란드에 10기의 요격용 미사일, 체코에 미사일 운용을 위한 레이더기지를 건설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 기지가 자국을 겨냥한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니콜라이 솔롭초프 러 전략로켓군 사령관은 이날 현지 언론과의 회견에서 "미국이 동유럽 MD 기지 건설을 강행할 경우 이 시설들이 러시아 핵미사일의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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