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부동산>개인투자 허용에 따른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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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미국 LA부근의 값싼 부동산 하나 잡아달라.』 『우리는 세계 온갖 나라의 부동산을 취급하는 업체인데 우리와 손잡고 한국의 해외 부동산 투자자를 유치해보지 않겠느냐.』 내년부터 개인에게도 해외부동산 투자를 허용한다는 내용의 정부 발표가 나온직후 대형 부동산중개업소마다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해외부동산 투자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외국에까지 알려질 정도로 이름난 서울 강남등지의 대형 부동산중개업소에는 해외부동산에 관한 정보와 앞으로 투자전망을 묻는 전화가 걸려오고 있으며,특히 일본이나 미국내 부동산관 련 업체및 교포들중 한국인 투자자 유치와 관련한 사업제의를 해오는 경우도부쩍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문제 연구소의 정진우(鄭鎭宇)소장은『개인의 해외부동산 투자허용 발표가 나오자 미국.일본등에서 자기들과 손잡고 해외 부동산 투자유치사업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문의전화가 많이 걸려오고 있다』며 『대부분은 부동산이라면 어떤 곳이 든 덤벼드는한국 투자자들의 무분별한 투자습성을 간파하고 있는 현지 한국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코리아랜드의 강영대(姜英大)실장은『그동안 해외 부동산에 대해 별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투자자들의 문의전화가 최근 부쩍 늘었고 벌써 계약단계에까지 이른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퍼시픽의 양재완(梁在浣)사장은『최근 미국 LA에서 부동 산 투자유치사업을 하자는 제의가 2건 들어왔으나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 대형 부동산중개업소의 실무자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개인의 해외부동산 투자가 허용되면 미국이나 괌.사이판.호주.뉴질랜드의 별장주택등을 찾는 투자자들의 열기가 뜨거워질 것으로 보고있다. 앞으로 개인당 30만달러(약2억4천만원)범 위안에서 주택이든 땅이든 할 것 없이 모든 해외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게 되면 그동안 외환관리법이 무서워 선뜻 해외부동산에 손을 못댔던 투자자들이 대거 몰려들 것이란 분석이다.
게다가 해외부동산의 경우 무거운 양도세를 물게 되는 1가구 2주택규정에도 걸리지 않는데다 신고 대상에서 빠지게 돼 돈많은사람들의 경우 휴양지등에 얼마든지 별장 하나는 사둘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다.
鄭소장은 『현재 증권.부동산 할 것 없이 투자처를 찾아 떠도는 부동자금이 약 60조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외 부동산 관련 자금도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며『이중 20만~25만달러 규모의 투자자가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 로 전망한다.미국의 경우 콘도.골프장등 각종 회원권은 5만~10만달러선이며 주택이나 별장은 20만~25만달러짜리가 흔히 매물로 나오고있다. 특히 외국의 경우 부동산값의 60~70%를 연리 10%,20~30년 상환의 은행융자로 충당이 가능해 널따란 수영장이딸린 대지 4백~6백평규모의 호화주택도 현금 20만~30만달러면 살 수 있다.
업계에서는 외국의 부동산경기가 침체해 있는 요즘을 매입적기로삼고 공격적으로 해외부동산 구입에 나서는 투자자들로 인해 앞으로 5~6년간은 해외부동산 매입붐이 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아직 외국의 부동산 경기가 침체돼 있는 상황이어서 개인의 경우 섣불리 투자에 나서는 사람이 없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실제 80년대말 해외 부동산붐을 타고 미국.괌등 세계 곳곳의 부동산을 대량 매입했던 일본 사람들이 최근 세계부동산 경기침체로 값이 자꾸 떨어지자 아예 원가에도 못미치는 가격에 다시 팔아버리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경우 일본인들이 싸게 내놓은 부동산을 선뜻 매입,콘도등을 지었다가 팔리지 않자 자금난에 허덕이는 업체가 한둘이 아닌 상황임을 감안하면 해외 부동산 가격이 우리나라 부동산값에 비해 월등히 싸다고 덤벼들었다가는 낭패를 볼수 있다는 얘기다.전문가들은 90년대초 해외 부동산붐이 일었던 시기에 부동산 업자들의 달콤한 투자농간에 넘어가 해외 부동산을 샀다가 사기당한 사실이 많았다는 점을 들어 투자를 부추기는 부동산 업소들의 무분별한 투자유치를 단속하는 대책마련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崔永振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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