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호의 Winning Golf <32> 퍼트 때문에 억울한 그대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0호 17면

골프 경기에서 가끔 ‘비합리적’이라고 느껴지기도 하는 부분이 바로 ‘거리’와 무관한 스트로크(Stroke) 셈법이다. 300야드대의 드라이브샷을 날려놓고 1m 거리에서 퍼트를 한다. 공이 홀 턱을 맞고 빙그르르 돌아나와 3㎝ 거리에 멈춰서도 300야드 드라이브샷과 마찬가지로 1타다.

라운드를 하다가 가장 억울할 때가 바로 이때다. 충분한 거리는 물론 OB와 워터해저드, 토핑, 뒤땅, 슬라이스 등 숱한 걱정거리와 긴장감을 이겨내고 빨랫줄 같은 티샷을 날린 뒤 버디 기회를 잡았으나 보기로 이어지게 되면 정말 허탈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같은 골프의 속성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골프에 매달리는지도 모른다. 골프는 쇼트게임에서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짤순이과’의 단타자라 할지라도 퍼트 등 쇼트게임이 좋으면 장타자를 압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거리의 스트로크 셈법’은 모두에게 공평하다.

그런데 1m가 됐든 10m가 됐든 자신이 퍼트한 공이 홀로 떨어지지 않으면 억울하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정말 억울한 것인지, 아니면 억울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 하는 것이다.

라운드하면서 가장 자주 듣는 얘기이면서 항상 의문을 갖는 것은 “오늘 정말 퍼트 안 되네”라는 동반자의 독백과 분노다. 그때마다 필자는 동반자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리고 생각한다. 왜 화를 내는 것일까. 평소에 퍼트 연습을 얼마나 하기에 그렇게 화를 내는 것일까. 평소에는 얼마나 잘했다는 말일까.

80대 중·후반 수준에 머무르던 시절, 스코어를 줄이기 위해 100일 동안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연습을 한 적이 있다. 매일 2~3시간씩 미친 듯이 퍼트 연습에 몰두한 경험을 갖고 있는 필자는 “오늘 퍼트가 안 된다”는 동반자의 말뜻을 선뜻 이해하지 못한다.

퍼트를 더 잘하기 위해 정말 여러 가지 방법으로 참 많은 연습을 해봤지만 결코 쉽지 않은 것이 퍼트다. 70대의 싱글골퍼가 된 지금도 퍼트 때문에 한숨지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럴 때 보면 ‘음치’처럼 ‘골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여러분은 어떠신지.

어찌 됐든 퍼트에 관한 한 답은 하나다. 연습뿐이다. 문제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더라도 아주 조금 하고 만다. 정말 골프는 콩나물시루에 물 붓기 식으로 ‘꾸준히’ 일정한 시간 이상을 투자하지 않으면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지금은 PGA투어에서 모습을 감췄지만 ‘퍼트의 명수’로 칭송받던 벤 크렌쇼는 현역 시절 투어프로 대부분이 1.6m 퍼트의 성공률을 약 70%라고 답할 때 35~40%로 낮춰 말했다. 그리고 그는 특히 4.5m 거리의 퍼트가 들어가는 것은 기적이라고 답했다.

퍼트의 명수치고는 너무 겸손한 말이다. 하지만 그는 퍼트가 그만큼 어렵다고 말한 것이다. 아무리 짧은 퍼트라도 홀을 벗어나는 것은 ‘당연’하고, 들어가면 ‘기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바로 골프인 것이다.

여러분은 3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놓쳤을 때 정말 억울한 쪽인가, 아니면 억울할 수밖에 없는 쪽인가. 억울할 수밖에 없는 쪽이라면 이 겨울에 해야 할 것이 또 한 가지 늘어난 셈이다. 퍼트. <브리즈번에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