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린북스>"어제의 섬" 움베르토 에코 지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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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원제 『L'isola del Giorno Prima』.
『장미의 이름』『푸코의 추』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이탈리아철학자 움베르토 에코가 지난달 발표한 최신작.이전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에코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숨김없이 드러난다.작품의 기본 얼개는 18세기 영국작가 대 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에서 빌려왔다.
시간적 배경은 1643년.로빈슨 크루소가 무인도에 도착하기 훨씬 이전에 이탈리아의 젊은 귀족 로베르토가 남태평양을 항해하다가 표류한다.그는 근처 섬에 정착하지 않고 대신 다른 난파선에서 생활한다.그러던중 현재 날짜변경선(경도 1백 80도)바로건너편에 위치한 외딴 섬을 하나 발견하게 된다.로베르토는 점차그 섬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굳힌다.날짜변경선을 넘으면 바로 어제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지의 섬에 도착하려는 그의 시도는 결국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는 것이 주요 내용.에코는 다른 작품들처럼 위와 같은 이야기를 추리소설의 형식을 빌려 풀어나간다. 이 책에서 우리가 눈여겨볼 점은 17세기를 배경으로 삼은 작가의 의도.에코는 이 시기를 근대가 시작되는 불확실한 시대로 파악한다.『장미의 이름』이 중세말기의 혼돈스런 사회상을반영했다면 이 책은 신에 대한 믿음과 이성에 대한 신뢰 사이에서 갈등을 일으켰던 17세기 분위기를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로베르토의 시도도 불확정적인 사회에서 무언가 확실한 것을 찾으려는 몸부림으로 이해할 수 있다.(Umberto Eco지음.Bompiani刊.4백76쪽.20달러) 〈李 晩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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