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책>"깊은강" 엔도 슈사쿠 지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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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일본에서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郎)와 함께 노벨상수상후보로 거론됐던 작가 엔도 슈사쿠(遠藤周作)가 지난해 발표한 신작장편.소설가 한수산씨의 부인 이성순씨가 40대에 시작한 6년간의 일본 유학을 마치고 처음 내놓은 번역물이다.엔도는 55년 아쿠타가와賞 수상작인『백색인』에서부터 66년작『침묵』을 거쳐 80년작『사무라이』,그리고『깊은 강』에 이르기까지 한가지 주제에 매달려 왔다.그 화두는 유일신 사상인 기독교의 교리를 어떻게 범신론이 지배하는 동양적 세계관과 접 목시키느냐는 것.『사무라이』는 칼과 무사정신으로 상징되는 강하고 명료한 것을 숭배해온사무라이가 정치적 희생물이 되면서 십자가에 못박힌「마르고 초라한 사내를 숭배하는 이상한 서양종교」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여기에서 엔 도는 유일신교인 기독교를 범신론과 대립시키지 않고 우주적인 사랑을 실천하는 한 방법으로 해석해내고있다.『깊은 강』은 서양문명을 동양적 사유의 뿌리로 지탱하고 있는 엔도 사상이 집대성된 작품.단체관광객으로 만난 5명의 일본인이 인도 를 여행하며 파편화한 자신들의 삶의 뿌리를 재발견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소설에서 인도,특히 갠지스강이라는 공간은 힌두교.불교.이슬람교가 공존하고 죽음을 또 하나의 시작으로 보는 공간이다.엔도는 문명을 쫓아가다 메말라버린 현대인들의 가슴속에 모든 것을포용하는「깊은 강」이 다시 흘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고려원.3백40쪽.5천5백원) 〈南再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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