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시장패션’ 명품 부럽지않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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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글=강승민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도움말=서수경 스타일리스트

#검정 원피스에 화려한 목걸이면 OK

연말 모임 같은 특별한 날엔 검정 원피스가 제격이다. 여성 대부분이 한 벌쯤 갖고 있을 만큼 평범한 옷이다. 무엇보다 검정 원피스는 출퇴근할 때에도 무난하다. 외출복·파티복 양수겸장인 셈이다. 모임에 갈 때는 스타킹을 반짝이가 있는 것으로 갈아 입고, 액세서리를 더해주면 된다.
 
여기에 표범 무늬 핸드백으로 마무리하면 ‘준비 끝’이다. 동물 무늬는 올 초부터 의상뿐 아니라 실내 인테리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코트는 빨간색으로 포인트를 주는 게 좋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파는 검정 원피스는 대개 4만원 이하. 소재는 모 50%, 아크릴 30%, 폴리에스테르 20% 정도다. 특별한 장식이 없는, 최대한 기본적인 것을 골랐다. 동대문시장에선 몇 천원쯤 비싸다.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매장의 유지비가 더 들기 때문이다. 시장에 직접 나가면 입어 보고, 흥정하는 맛도 있지만 동대문시장은 워낙 넓어 발품을 오래 팔아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빨간색 코트는 시장이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7만원 미만에 살 수 있다. 미니 원피스처럼 길이가 약간 짧은 게 여성적인 멋을 뽐내기에 좋다.

클러치(손잡이가 없는 작은 백)는 표범 무늬가 있는 것을 골랐다. 고가의 핸드백이 진짜 털이 달린 가죽에 표범 무늬로 염색한 것이라면, 저렴한 제품은 합성섬유에 이 무늬를 코팅했다. 값이 싸다고 분위기마저 뒤지는 건 아니다. 대체로 2만원 아래다.

올겨울의 필수품 중 하나는 긴 가죽장갑. 요즘 유행하는 외투나 원피스는 소매가 짧은 편인데, 이때 팔이 허전하지 않도록 하면서도 멋도 살려주는 게 긴 가죽장갑이다. 보통 4만원대. 부티(높이가 발목까지 오는 짧은 부츠)를 미니 원피스 아래 신으면 다리가 길어 보이는 효과가 있다. 2만~3만원에 구할 수 있다.

무난해 보이는 검정 원피스도 화려하게 꾸며보자. 금색 장신구를 두세 개 겹쳐 걸면 파티 차림으로 손색이 없다. 검정 플라스틱 목걸이에 큼지막한 장식이 달린 황금빛 목걸이를 겹쳐도 좋다. 장신구는 동대문 시장보다 인터넷 쇼핑몰이 싼 편이다. 동대문 시장의 장신구는 도매상을 상대로 묶음으로 파는 게 많기 때문이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1만원 이하다. 이렇게 원피스+코트+핸드백+구두+가죽 장갑+장신구를 모두 샀더니 18만6300원이었다.

#이래서 비싸다?!
 
시장이나 온라인 쇼핑몰을 벗어나 비슷한 옷을 사려고 했더니 가격이 훌쩍 뛰었다. 국내 브랜드의 검정 원피스 한 벌만 해도 10만원이 넘었다. 다만 소재는 시장 패션과 비슷했다. 옷깃이나 치마 끝부분의 솔기는 아무래도 브랜드 제품이 더 깔끔하게 마무리됐다.

명품 원피스는 200만원에 가까웠다. 고가의 실크를 소재로 한 것부터 달랐다. 디자인도 ‘시장표’ 원피스와 확실하게 구분됐다. 앞모습은 비슷했지만 뒤쪽 엉덩이 윗부분엔 납작한 리본이 장식돼 있다. 등 부분엔 등을 따라 접힌 주름이 자연스럽게 흘러내렸다.
 
코트는 국내 브랜드가 30만원, 해외 명품 브랜드가 200만원대였다. 명품은 100% 울 소재다. 위쪽은 몸에 꼭 맞춘 듯하지만 허리선 아래로는 옆으로 자연스럽게 퍼지는 실루엣이 돋보였다. 국내 브랜드의 경우 코트의 깃이 넓게 퍼지도록 돼 있어 숄을 걸친 듯한 느낌을 더했다.

핸드백은 말 그대로 천양지차다. 명품의 경우 수백만원을 호가한다. 웬만한 것도 200만원은 줘야 한다. 캐주얼 브랜드 제품은 보통 10만원대. 그래도 시장제품보다 네댓 배 비쌌다. 명품 백은 송치(암소 배 속에 든 새끼) 가죽에 표범무늬를 새겨넣은 것이 달랐다.

다음은 가죽장갑. 명품의 경우 70만원을 훌쩍 넘었다. 중간 가격대의 가죽장갑은 압구정동의 편집매장에서 찾았다. 20만원대 것이다. 해외 명품 브랜드에 납품하는 장인의 이름을 새겨넣은 게 특징이다.

장신구 가격도 많이 달랐다. 장인들이 만든 100% 수제 장신구는 고가의 보석으로 장식돼 있지 않아도 50만원 이상이다. 이것으로 목걸이만 몇 개 겹쳐 해도 100만원이 넘었다. 중가의 캐주얼 브랜드에서 구입하면 20만원대에서 고를 수 있다.

결론적으로 국내 브랜드와 중가의 해외 캐주얼에서 관련 제품을 모두 사려면 130만원 정도 필요했다. 해외 명품으로 고르면 1200만원쯤 든다. 가격차는 대단했지만 역시 중요한 건 나만의 센스와 결정. 돈이 아닌 정성이 멋쟁이의 조건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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