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교육도 가정교습시대-한겨레전자유통서 가정방문교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책으로 컴퓨터를 배우려해도 번번히 실패하는 사람,학원에 다닐형편도 못되는 사람들은 컴퓨터 보급이 늘어날 수록 더욱 불안해진다. 이런 사람들에게 가정방문 컴퓨터업체가 생겼다는 소식은 귀가 솔깃해질만한 뉴스.집에서 자신의 컴퓨터로 편안한 마음으로컴퓨터 강의를 듣고 실습도 할 수 있다.
서울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과일도매상 蔡한일(40)씨의 하루일과는 일반인의 반대다.전국 각지에서 과일이 올라오는 이른 저녁부터 바빠지기 시작해 밤을 꼬박 세우며 장사를 하고 나면 새벽녘.서둘러 요기를 하고 단잠에 빠지는 蔡씨의 생활에 지난달부터 변화가 생겼다.아침식사가 끝날 무렵 찾아오는 컴퓨터선생님의실습강의를 2주째 듣다보니 어느새 매매물량및 입출금관리를 컴퓨터로 해내는 실력이 됐다.ABC도 모르는 이재하(李在夏.서울 동구로국3년)군이「DIR」를 눌러 디스켓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를 확인하고 퍼즐게임을 즐길수 있게 된것도 불과 몇주전의 일이다.李군이 더욱 즐거운 것은 가끔 일찍 들어오신 아버지와 함께 컴퓨터를 배울수 있다는 점.온가족이 둘러앉아 배워도 수강료를 더 지불해야하는 것도 아니다.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한겨레전자유통이 지난달 초「PC,설치에서교육까지」라는 구호를 내걸고 서울 영등포 유통상가에 개설한 한겨레 PC지원센터의 컴퓨터선생님들은 서울과 경기도 일대를 10곳으로 나눠 순회한다.
전(前)과학기술대 교수가 지난 10월부터 승합차에 컴퓨터를 싣고 다니며 이동컴퓨터교실을 열고 있는 것과는 달리 한겨레PC지원센터는 용인.대전.광주.대구등 9개 도시에 지사를 두고 PC방문교육사업에 나선 본격 방문교육사업체.
컴퓨터매니어들로 구성된 이들이 팔고 있는 것은 컴퓨터지식과 실생활 PC문화에의 신념.이들은 고객이 원하는 시간대에 원하는장소를 방문,고객의 수준과 사용용도에 맞는 프로그램을 고객의 컴퓨터에 설치하고 1대1 교육에 들어간다.PC방 문교육에는 설치된 소프트웨어가격외에 기본적인 컴퓨터구조와 원리.키보드사용법.흥미를 위한 게임들로 구성된 초급의 경우 1회당 1만원,도스(DOS).워드프로세서에서 자료관리.표계산.PC통신까지 다루는중급의 경우 1회당 2만원이다.
초급은 단 한차례 강의로 끝나고 중급은 5회가 보통이다.비용은 출장강의료 11만원에 초급용 소프트웨어 가격 2만5천원,중급용 3만5천원등 통틀어 17만원이 소요된다.6일간의 코스를 마치고 나면 어지간한 학원 6개월 다니는 것보다 낫다며 좋아하는 고객들이 많다는 것이 회사측의 자랑이다.
『보통 한차례 강의에 1시간30분정도 걸리지만 편안한 장소에서 자주 접하다 보니 서로 친해져 매일 규정시간을 초과하지요.
』 최근 공군사관학교에 합격된 고3학생과 점심시간에 건설회사의사무실을 찾아 직원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고 있는 김 정라(金靜羅.30.여)씨의 말이다.
불과 한달만에 1백여명을 컴맹에서 벗어나게 한 이 사업을 기획한 한겨레전자유통의 대표는 80년대중반 고려대 학생회장으로 학생운동의 선봉에 섰던 허인회(許仁會.31)씨.
許씨는 『대기업에서부터 어린이공부방에 이르기까지 PC가 일반화돼 있으나 PC의 수많은 기능과 가능성이 사장되고 타자기나 오락기기로 쓰이는 현실이 아쉬워 이 사업을 시작했다』며『구소련(舊蘇聯)이 미국에 뒤졌던 것은 첨단기술이 아닌 실생활 속의 컴퓨터문화때문』이라는 재미있는 말을 덧붙였다.문의 (633)9729.(672)3603.
〈金政郁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