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새 국립국악원장 낙하산人事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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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국립국악원은 문체부의 양로원인가.신임 국립국악원장에 문체부 예술진흥국장 출신 이웅호(李雄昊.57)씨가 임명되자 국악계에서는 청와대에 탄원서를 제출하고「행정관료의 국악원장 보임을 반대하는 국악계의 입장」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크게 반발하고나섰다. 이에 대해 문체부에서는 앞으로 인사업무에 참고하겠다는성의없는 답변을 해왔다.
지금까지 역대 국립국악원장은 이주환.성경린.송방송.한만영.이승렬등 전문국악인이나 국악학자들이 역임해왔다.국립국악원은 전통예술의 총본산이므로 국립국악원장에는 국악계를 대표하는 상징적인인물이 필요하다.국악원장이라면 국악계의 생리를 잘 알고 애정을갖고 소신껏 일할 수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이번 사태는 국악진흥은커녕 국악을 행정당국의 시녀로만드는 횡포다.문체부는 지난해 12월 김광락(金光洛)씨를 국악원장에 임명했을 때도 국악계의 반발이 거세자 1년만 참아주면 그같은 파행인사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는 1년도 못되어 물러나고 또다시 정년을 목전에 두고 있는 관리가 신임 국악원장에 보임되었다.
정년을 앞두고 명예퇴진 위기에 몰린 李씨가 인사조치에 반발하자 이를 무마하는 방안으로 그를 국립국악원장에 임명했다는 후문까지 돌고 있다.
신임 국악원장이 오는 20일 국악의 해 폐회식에서 국악발전의당위성과 한국예술의 세계화를 역설하면서 국악계의 호응을 기대한다면 어불성설이다.국악의 해를 마감하면서 재도약의 결의를 다지는 자리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나 다름없다.
〈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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