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내년 사업계획 골머리-정부개편.환율변동이 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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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경영 안팎의 상황 급변으로 내년 사업계획을 마련중인 기업들이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업계획을 확정지어야 할 시기는 다가오는데 원자재 가격.환율등 각종 경영지표에 대한 예측이 쉽지 않은데다 대대적인 정부조직 개편.외환거래 자유화 조치등 돌출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각 기업들의 내년 사업계획 작성이 전반적으로 늦춰지는 양상이다.
내년 사업계획 작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실태를 살펴본다. ◇정부조직 개편=기업과 가장 밀접한 정부부처인 상공자원부가 통상산업부로 변경됨에 따라 기업들은 앞으로 이 부서의 역할과 업무 분담 내용이 어떻게 되느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자업체의 경우 그동안 상공자원부와 체신부로 이원화돼 있던 컴퓨터.CATV등의 관련업무가 신설된 정보통신부로 일원화됨으로써 이와 관련된 사업계획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현대전자의 유국상(柳國相)기획실이사는『상공자원부와 체신부가 별도로 추진해왔던 한국형 대형 컴퓨터 개발 작업이 정보통신부로일원화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사업방향의 가닥을 어느 쪽으로 잡을 지 고민』이라며『소폭의 투자조정이 예상된다』 고 밝혔다.
◇원자재 가격=올해 가격이 급등한 전기동(銅).펄프.합성수지등을 원자재로 사용하는 업체들은 내년에 이들 원자재 가격동향을어떻게 예측해야 할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금성전선.대한전선등 주요 전선업체들은 런던 금속시장(LME)가격 기준으로 작년 t당 평균 1천9백달러였던 전기동 가격이 올들어 상승세를 지속,이달 현재 2천9백50달러까지 치솟자 아직 내년 사업계획을 입안하지 못하고 있다.
제지업계도 올들어 펄프 값이 작년의 2배 가까이 폭등해 내년가격 책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내년 실시될 지방자치제 선거로 종이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전망돼 내년 매출액 책정을 놓고 고민중이다.
◇환율=수출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환율변동이 매출및 수익에 큰영향을 미치는 만큼 사업계획 작성에 환율은 중요한 요소가 된다. 럭금상사는 최근 사업계획을 일단 마무리지었지만 5일 발표된외환거래 자유화 조치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 조만간 재조정 작업을 할 방침이다.
현대그룹 종합기획실의 한 관계자는『외환거래 자유화 조치로 내년에는 원화 절상이 예상된다』며『당초 달러당 7백85원으로 예상했던 환율이 7백80원대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돼 이에 따른 사업계획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車鎭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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