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끄는 北美연락사무소회담-북한대표단 사상 첫 워싱턴방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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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과 북한의 연락사무소 개설을 위한 실무전문가회담은 북한정부의 공식대표단이 미국 수도를 처음 방문한다는 점에서 상징적인의미가 크지만 논의내용은 연락사무소 개설을 위한 매우 실무적인절차문제에 국한될 전망이다.
연락사무소 개설시기와 같은 정치적인 사안은 실무차원의 절차들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힌 뒤에야 본격적으로 다뤄질 것이기 때문이다.앞으로 경수로지원 및 남북한 관계개선 등 지난 10월21일 기본합의서의 여타 주요과제들과 연계돼 보조를 맞출 것으로보인다.린 터크 美국무부 북한문제조정관(부과장급)과 박석균 북한 외교부 미국담당 부국장 등 양측의 회담대표들도 말 그대로 실무자들이다.
회담의 주요안건은▲영사보호 등 연락사무소의 기능▲외교관의 특권▲외교관의 활동범위▲통신▲건물부지 선정 등.
그중 평양에 주재하는 수교국 외교관들의 정부관료.민간인 접촉과 자유로운 여행 및 통신활동을 상당히 제한하고 있는 북한이 미국 연락사무소 직원들의 활동을 어느 정도 허용할 것인지가 주요관심사가 되고 있다.
미국은 상호주의 원칙에 따르되 최대한 자유로운 활동을 펼 수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미국과 빠른 속도의 관계개선을 희망하는 북한 역시 미국내에서 보다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받기 위해 다른 나라들의 예와는 달리 보다 자유로운 활 동을 허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러나 북한측이 미국 외교관들의 활동을 정보수집활동과 연결해사시(斜視)로 보거나 북한체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 것으로 예상돼 어떤 입장을 취할지는 회담이 시작돼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또 이번 회담에서 주목되는 것은 미국의 외교행낭(파우치)을 판문점을 통해 북한에 전달하는 방법.
미국은 판문점을 통해 외교행낭을 북한에 전달하는 방안이 남북한관계 개선을 위한 작은 발걸음이 될 수 있음을 고려해 그 같은 방안을 북한에 제시할 것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11일 북한을 방문하는 美상원의원들이 한국에서 군용기로 북한에 입국하는 것을 북한이 허용한 사실은 북한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낳고 있다.그러나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아직 불투명해 미국은 회담에서 북한의 태도를보아 가며 그 같은 제안을 할 것인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밖에 자국민(自國民)에 대한 영사보호 방안이나 연락사무소건물 부지문제,외교관들의 거주지,면세범위 및 차량번호판 부여문제 등은 큰 어려움 없이 합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북한은 이번 회담이 매우 실무적인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北-美핵합의에 대해 비판적인 공화당의원들의 동향에 관심을 표명하는 등 정치적 성격을 부여하기 위한 노력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康英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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