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에도 ‘멀티플레이어’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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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축구의 리베로(libero)는 정해진 자리 없이 자유롭게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는 선수다. 그러나 배구의 리베로는 공격에 가담할 수 없는 수비전문 선수다.

 그런데 프로배구 V리그 코트에 ‘축구형 리베로’가 등장했다. 상무의 레프트 공격수 이강주(24·1m86㎝·사진左)와 한전의 세터 용환승(32·1m83㎝·右)이다.

 9일 대전에서 열린 삼성화재와 상무 경기에서 이강주는 팀 내 최다인 14점을 올리며 한 세트를 뺏어오는 데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14일 현재 이강주(39점)는 라이트 권광민(41점)에 이어 팀 내 득점 2위를 달리는 ‘주포’다. 하지만 반 년 전만 해도 그는 여오현을 보조하는 삼성화재의 후보 리베로였다.

 이강주는 인창고 시절 공격수로 이름을 날렸으나 중3 이후 크지 않은 키가 발목을 잡았다. 이경석 경기대 감독은 이강주를 리베로로 쓰려고 스카우트하면서 “가끔 공격을 시켜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약속을 지키지 않자 팀에서 도망치기도 했다.

 2005~2006 시즌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1순위로 삼성화재에 입단한 이강주는 여전히 공격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고, “공격수를 시켜주겠다”는 최삼환 상무 감독의 말을 듣고 입대했다. 상무 유니폼을 입고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을 처음 만난 날 그는 이렇게 인사했다. “감독님, 저 이제 공격합니다.”

 지난 시즌에 한전의 리베로로 뛰던 용환승은 이번 시즌 세터로 변신했다. 정확히 얘기하면 ‘복귀’다. 그의 포지션은 ‘어느 포지션의 후배가 군대에 가느냐’에 따라 정해진다. 보조 세터 겸 원포인트 서버로 뛰던 그는 지난 시즌 직전 리베로 강성민이 입대하면서 리베로가 됐다. 이번 시즌 직전에는 주전 세터 김상기가 입대하자 용환승이 세터를 맡는 것은 수순이었다. 팀의 맏형인 그는 현란하지는 않지만 편안한 토스로 후배들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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