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외환자유화 더 과감하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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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기업과 개인의 외환(外換)거래.보유.사용이 내년부터는 대폭 자유화된다.벽장 속에 달러 지폐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액수를 불문하고 죄가 되지 않게 된다.30만달러까지는 하와이에 집을 사는 것도 원貨를 내고 서울에 집을 사는 것이나 똑 같은 행위가돼 처벌대상에서 제외된다.
우리의 경험으로는 규제철폐 내지 자유화는 자유화를 촉진하는 속성을 지닌다.두가지 면에서 그러하다.자유화의 시간표는 스스로를 단축시키는 모멘텀을 발휘하며,또 한 부문의 자유화는 다른 부문을 자유화시키는 외부적 힘이 된다.
이번 외환자유화는 내년부터 시작해 99년까지 세 단계로 나누어 실시한다는 시간표로 되어있다.그러나 세계무역기구(WTO)가내년 정초부터 출범하고,미국(美國)이 한국(韓國)의 금융개방을더 밀고 나오면 자본자유화와 금융자유화가 더 촉진될 것이고,이에 따라 외환거래의 자유화는 그 시간표를 더 앞당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지금 세상에는 금리와 환율의 차익을 이용해 금융자본의 수익을 올리려고 나라를 이리 저리 옮겨다니는 핫머니 뭉칫돈의 회오리바람이 불고 있다.이 회오리로부터 국내 자본.외환.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길은 두가지다.하나는 개방 과 자유화를아예 보류하는 것이고,다른 하나는 개방과 자유화를 더욱 과감하게 추진해 시장의 수급(需給)조정으로 대응하게 하는 것이다.전자(前者)는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를 위해 바람직하지도 않다.그렇다면 우리는 더욱 과감히 개방화와 규제완화 쪽으로나갈 수밖에 없다.어중간한데 머무르려 하다가는 환율.금리.주가등의 감당하기 어려운 불안정한 변동을 반복적으로 겪게 되기 십상이다. 지금 우리나라 원화 환율은 자본시장과 금융시장에 환율(換率)절상을 기대하고 몰려드는 핫머니의 세력 때문에 일단 강세를 타고 있다.핫머니란 자기 실현성과 자기 소멸성 양면을 지닌다.환율을 예로 들면,외국으로부터 핫머니가 몰려오면 바 로 그 이유 때문에 원화 환율이 올라가다가 여기서 수익을 올린 핫머니가 퇴거하는 때가 되면 이번에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원화는 내려가게 된다.이것이야말로 어중간하고 느릿 느릿 실시되는 자유화가 야기하는 불안정성일 것이다.
들어오는 외국 돈을 이런 이런 상업차관은 안된다는 등의 꼬리를 달아 차단하지도 말고,나가는 외환은 외화도피라는 구시대의 경제정의 감각으로 막는 일 없이 한꺼번에 트는 것이야말로 개방화를 계기로 외국 핫머니가 우리경제를 농락하는 것 을 막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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