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체제…' 민주평통 세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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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오는 25일부터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6자회담은 북한 핵문제의 향방을 가늠케 하는 중대한 계기라는 전망이 많다. 일부에선 미국의 대통령 선거, 한국의 총선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할 때 뭔가 의미있는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펴고 있다. 반대로 북.미 간 대립이 쉽게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팽팽하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18일 개최한 '한반도 평화체제, 어디까지 왔나'라는 주제의 학술회의에서도 6자회담 전망은 엇갈렸다. [편집자]

*** 현인택 고려대 일민국제관계 연구원장 "北核 영구 폐기에 최우선"

2차 6자회담이 중대 전환점 될 것

이날 회의 제1주제 '6자회담과 한반도 평화'의 발표자인 현인택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장은 "2차 6자회담은 북한 핵문제의 매우 중대한 전환점"이라고 강조했다.

회담이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북한 핵문제 해결 미래에 비관론이 확산되고 관련국들은 매우 부정적으로 반응하게 될 것이며 한반도 안보환경은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玄원장은 2차 6자회담 이후 핵문제는 대타협이나 파국의 극단적 상황보다는 단계적 합의가 이뤄지는 소(小)타협이나 교착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한국 정부는 "북한에 핵의 완전한 폐기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점을 주지시키는 데 전력투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기회에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한반도 비핵화의 기회는 영구히 사라질 지도 모른다. 그 이후 전개될 상황은 너무도 불확실하고 불투명하며 불안하다"는 진단에 따른 주문이다.

이에 대해 토론자인 장달중 서울대 교수는 玄원장이 "북한의 핵개발 능력이나 의도에 대해 단정적으로 결론짓고 있다"면서 "그러나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반박했다. 張교수는 "핵문제를 대화보다 대결로 해결하려 할 경우 발생할 위험은 너무나 크다"고 강조했다.

김근식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북한은 핵카드를 통해 체제보장과 북.미관계 개선을 얻어내려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라며 "이를 고려하면 북한이 핵을 가지는 것보다는 핵을 포기하면서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 내려는 의도가 더욱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金교수는 따라서 "북한과 미국이 핵포기와 체제보장을 어떤 식으로든 이행해야 북핵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주문했다.

한편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향후 핵문제 전개 시나리오를 평화적 해결, 6자회담 조기 좌초, 시간끌기 등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면서 어느 경우라도 ^북한 핵과 한반도 전쟁 모두를 예방하고^핵문제는 북.미 간 문제만이 아니라 남북한 간 문제이기도 하다는 입장을 유지하며^한.미.일 공조를 바탕으로 관련국들의 협력을 유도하여 해결하고^당근과 채찍의 조화를 꾀하며^북한이 대화를 거부하고 핵무장을 감행할 경우의 대비책을 마련한다는 다섯 가지 원칙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용섭 국방대학 교수 "미군 이전을 對北카드로"

북한군 후방 재배치와 연계 검토

이날 회의 두번째 주제인 '한반도 평화체제의 쟁점들'에선 핵문제를 제외한 한반도 평화체제 관련 쟁점들을 검토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주제 발표자인 한용섭 국방대학 교수는 "한반도 주변의 4강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원하면서도 북한의 안정 파괴행위나 한반도의 현상을 변화시킬 정도의 남북한 간 급속한 관계 진전을 원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정이 관리.예측 가능하고 점진적으로 전개되기를 희망하며 이는 '대화를 통한 평화정착 추진'이라는 한국 정부 입장을 지지하는 셈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현 정부는 한국에게 유리한 전략 환경을 활용함으로써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주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韓교수는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3단계 접근방법으로 ^신뢰구축 조치와 군비제한 조치를 포함하는 운용적 군비통제^군사력을 감축하는 구조적 군비통제^정전협정을 대치할 평화협정 체결을 제시했다. 세번째 단계에서 남.북.미 3자가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현재의 군사정전위원회를 대체할 3자 평화관리, 위기관리 기구를 창설해 운영함으로써 평화체제 구축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북 경제 지원을 조건으로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완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북한 측으로부터 양보를 받는 것"과 전방 주둔 주한미군의 후방 이동 및 북한의 포병전력 후방 이동을 연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토론자인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이에 대해 "주한미군 재배치와 남북 간 재래식 군비통제를 연계시키기 위해서는 미국과 북한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는지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면서 "특히 미군의 재배치가 공세적 의도를 가질 경우 북한에 대한 설득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은 "현재 한반도는 정치.사회적 신뢰 구축조차도 매우 초보적인 단계에 있으므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첫 단계로 남북한 신뢰구축 문제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창수 한국국방연구원 미국연구실장은 "북한 핵문제 해결에 모든 경협 카드를 다 써버리지 말고 한반도 재래식 긴장완화와 군비통제에도 활용해야 한다는 제안에 동의한다"면서 "군비통제를 포함한 국가차원의 포괄적 안보를 고려할 때 매우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정용수 기자<nkys@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cyjb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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