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승격 1년 지난 후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올해 내셔널리그(실업축구) 우승팀인 울산 현대미포조선이 끝내 K-리그 승격을 포기했다. 지난해 국민은행에 이어 두 번째다.

 노흥섭 미포조선 단장은 12일 “구단과 모기업에서 오랫동안 숙의한 끝에 내년 시즌 K-리그 참가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신 내년 한 해 충실히 준비한 뒤 내후년에는 꼭 올라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승격 거부’가 아니라 ‘1년 유보’로 봐 달라는 뜻이다.

 전기리그 1위 미포조선은 후기 1위 수원시청과의 챔피언결정전에서 2연승으로 우승, K-리그 승격 자격을 얻었다. 그러나 챔피언전 1차전에서 수원시청 선수 5명이 퇴장당해 몰수게임이 선언됐고, 이 바람에 ‘미포조선 봐주기’ 의혹이 일었다. K-리그 드래프트에도 참가하지 못해 우수 선수 선발의 기회도 놓쳤다.

미포조선 내부에서는 “선수 보강도 제대로 못 하고, 욕을 먹어가면서까지 K-리그에 올라갈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론이 우세했다고 한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서울 입성’이라는 변수가 있다. 미포조선은 기존 K-리그 구단(울산 현대)이 있는 울산을 떠나 연고지를 서울로 옮기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홈 구장으로 사용하려면 20억원(K-리그 가입비+발전기금) 외에 별도로 75억원(월드컵 경기장 건립 분담금)을 내야 한다. 95억원의 비용과 연고지 이전에 따른 비난 여론이 부담스러웠던 미포조선은 일단 시간을 벌면서 여건을 조성하자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프로축구연맹 박용철 홍보부장은 미포조선의 ‘1년 유보’ 입장에 대해 “승격 보류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이사회에서 논의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2년 연속 승격 포기로 ‘내셔널리그 우승→K-리그 참가’라는 승격제는 뿌리부터 흔들리게 됐다. 내셔널리그 이사인 김대길 KBS N 해설위원은 “무리하게 승격에 집착하기보다는 내셔널리그 팀들의 수준을 높이는 데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영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