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국제화 번역에 달렸다-해외에 재단설립 전문가양성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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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한국의 문학작품이 국제적으로 문학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번역사업을 활성화시킬 장기적인 계획아래 전문 번역가를 양성하면서 보다 시장지향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24일부터 3일동안 프랑스 파리에서「유럽에서의 한국 문 학작품 번역및 보급문제」란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유럽의 한국문학 연구가및 번역가들은 이를 위해 해외에 소규모 한국문학재단을 신설하는등 제도적 뒷받침을 제안했다.
독일 함부르크대학의 베르너 자세 교수는 이날「한국문학번역의 현상(現狀)과 미래를 위한 계획」이란 주제발표에서『과거 독일어로 번역된 한국문학은 대부분 취미 차원의 번역가들이 창작해낸 졸속품』이라며 나쁜 번역은 차라리 하지않는 것이 나으며 결국 한국문학의 명성만 해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세교수는 따라서 한국정부가 번역을 생업으로 하는 전문 번역가를 수용할수 있는 가칭「한국문학번역재단」같은 단체를 창설,재정적으로 지원함으로써 한국문학번역을 위한 시장을 창출하려는 구체적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84년 소설 『토지』를 영어로 번역한 영국의 번역가 아니타 테넌트(여)도 『서방세계는 아직 한국문화를 액면가치만큼 평가할자세가 돼있지 않다』며 영국등 유럽 각국에 번역단을 세워 한국문학을 소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번역가 장 골팽도 「한국과 프랑스 국민」이란 발표에서『일본이나 중국의 소설은 소설적 가치와 상관없이 독자가 따라붙지만 한국소설은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별로 독자들을 끌어들이지 못하는게 현실』이라며 이같은 무관심을 타파하려면 지속적인 문화보급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영국의 케건 폴 출판사의 피터 홉킨스 사장은『일본기업들이 자기나라 문학을 번역하는데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 일본문학의국제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상기시키며 기업의 참여를 강조했다.
그는 또『한국정부는 보다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어에 능통할 수있도록 하는 것이 한국문학의 보급에 필수적』이라며『외국인은 현대소설보다는 한국의 특수한 문화를 맛볼 수 있는 전통 또는 고전 소설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번역작품의 방 향을 제시했다. 한편 한국의 문화예술진흥원과 파리 7대학 한국학과가 주최하는 이번 세미나는 한국에서 소설가 박경리씨,평론가 김윤식씨등 문학관계자와 프랑스.영국.독일.체코등 외국의 한국문학연구가등 30여명이 주제발표를 했고 뉴욕에 거주하는 안무가 이선옥씨의『선무가』와 국악공연도 함께 열렸다.
[파리=高大勳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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