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중앙일보 자원봉사를 보고-봉사의 작은실천이 애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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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선한 인간성의 상실과 도덕성의 붕괴는 그 사회의 위험신호가 아닐 수 없다.그것은 개인들의 이기적인 발상과 집단이기주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것을 치유하며 건전한 사회를 건설할 수 있는 방법과 방향은무엇인가.지난 날들의 덕목을 되풀이해 강조하기도 하며 미래지향적인 가치관을 호소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궁극적인 결론에는 두가지가 있다.그 하나는 인간목적관을 가치관으로 정착시키는 일이며,그 시급한 구체적인 방법은 우리 모두가 봉사의 체험을 쌓아가는 일이다.
특히 중.고등학교 연령 시기에 봉사 경험을 체득케 한다는 것은 도덕성 회복의 첩경임을 사회적으로 수용하는 일이 시급하다.
여러해 전 필자가 軍정신교육지도위원으로 있을 때,놀라운 통계적 교훈을 얻은 바가 있었다.그것은 중.고등학교 연령때 봉사활동의 경험을 쌓은 젊은이들은 군대에 있으면서도 불미스러운 사고를 낸 일이 없었다는 통계였다.
외국의 우수한 대학들은 신입생 선발의 중요한 요건의 하나를 봉사활동에 두고 있을 정도며,대표적인 기업체에서도 봉사활동을 거친 사원을 선발하고 있다.
봉사활동을 체험한 사원들은 굳건한 도덕성을 겸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오렌지족들,지존파 젊은이들,기타 반사회적인 사건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청소년 기간 동안 봉사생활의 경험을 겪어 본 바가 없는 이들이다.사실은공직자들의 비리와 부정도 봉사정신을 갖춘 사람들에게는 이루어질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사회는 어떤 것인가.한 마디로 말하면『어떻게 하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인간답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모든 윤리적 교훈과 종교적 신앙의 핵심이거기에 있다.말하자면 가장 소망스러운 미래지향적 가치관은「인간목적관」인 것이다.
그 인간 목적관을 실천하며 그 원대한 목표에 도달하는 가장 빠른 정도(正道)는 무엇인가.봉사정신의 생활화인 것이다.그 정신을 소외시킨 종교는 무의미하며 봉사의 의지와 신념을 갖추지 못한 교육은 인간성 회복과 성취에 이바지할 수 없 다.
이러한 봉사는 타율적으로 이루어지거나 제도나 규범이 앞서야 하는 것이 아니다.봉사의 교육적 필요성을 느낀 중.고등학교 책임자들이 봉사의 업적을 점수화한다는 사고방식에 붙잡혀서도 안된다.봉사는 사랑에서 우러나오는 자발적인 것이며 상 호간의 봉사가 우리 모두의 행복과 삶의 의미를 증대시켜 준다는 사실을 체험하는데서 그 결실을 거두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봉사가 대단히 어려운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남이 하지 못하는 특별한 행위에 속하는 것으로 착각하기도 한다.그러나봉사자체가 자연스러운 삶의 모습이며 봉사를 모르거나 거부하는 일이 오히려 떳떳한 삶을 이탈하며 우리 모두의 행복을 부정하는결과가 되는 것이다.
진심으로 누군가를 위해주며 이웃을 사랑하고 불행한 형제를 돕겠다는 생각만 있다면 봉사는 자연스러운 삶의 모습이며,서로 도울 줄 모르는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것이다.봉사가 어렵다고생각하는 그 자체가 우리들의 이기심 때문이며, 분별없는 경쟁심의 결과인 것이다.
선하고 아름다운 인간관계보다 더 귀중한 뜻이 없으며,기쁨과 고통을 나누어 갖는다는 것은 정상적인 삶의 길이다.그 위에 서로 위하고 도우려는 작은 정성만 있다면 봉사는 우리를 가장 즐겁게 해주며 행복으로 이끄는 길이 되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지금 中央日報가 전개하고 있는 자원봉사 캠페인은지도층과 기성세대들이 청소년들에게 모범을 보여주는 일에서도 뜻깊은 바가 있으며 그 인간애와 봉사의 정신과 의지가 청소년들에게 말없이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리고 현 시점에 있어서는 봉사생활의 보편화와 국민 전체의 서로 위해 주려는 사랑과 희생 정신 만큼 우리 사회를 바르고 충일된 도덕의식으로 회복시켜 주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누가이 운동을 주도한다거나 이끌어 간다는 생각보다는 우리 한 사람도 빠짐없이 이웃에 대한 사랑과 봉사의 정신을 높여가는 일이 시급하고도 영구한 과제인 것이다.그런 뜻에서 봉사는 애국운동인동시에 지금은 정신적 구국운동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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