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외국 流通業 상륙대비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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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리는 96년 유통시장 전면개방을 앞두고 외국 유통업체의 대거 상륙에 대비하고 있는가.대답은 「아니오」다.우리나라 유통업의 근본적 문제점인 규모의 영세성을 벗어나려는 노력도 없고,가격파괴에 단련되려는 적극성도 보이지 않는다.가격파 괴라는 신업태(新業態)에 대해선 저항하려는 움직임조차 있다.정부도 유통업에 가해지는 갖가지 규제의 해제에 소극적이다.이래가지고 외국 유통업과 상대가 되겠는가.다국적기업 80개가 한국상륙을 준비중이라는 상의(商議)보고서가 몽매지경(夢 寐之境)에 있는 우리 유통업의 현실에 다시 한번 경종을 울리고 있다.
UR타결때부터 농산물시장 다음으론 서비스시장에 미치는 타격이클 것이라고 귀에 못이 박이게 들어 왔다.서비스업 가운데서도 생계형 영세(零細)상점이 40%를 차지하고 있는 유통업이 큰 피해를 당하리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가격파괴에 능란한 일본의미쓰코시,미국의 월마트 등 선진국의 대형점포가 상륙하면 그 예측은 곧 현실로 나타날 것이다.이제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유통시장 개방 파고(波高)에 견디도록 우리 체질을 강화하는 길밖에 딴 도리가 없다.
우선 우리 유통업 스스로 품질및 서비스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최근 급속히 번지고 있는 가격파괴 현상에 철저히 적응해야 한다.유통원가를 절감하는데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1차 조건이다.전문 할인점에 대항하려면 슈퍼마켓의 물건 값 은 더 내려야 한다.「좋은 물건을 싸게 판다」는 평범한 진리가 얼마나 실행하기 어려운가를 체득해야 한다.유통혁신 과정에서 영세기업의 부도가 늘어날 우려도 있는 만큼 업소마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한다. 정부는 유통업에 가해지는 행정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바겐세일 규제,영업시간 제한,휴관일 지정등 사소한 규제도 우리 유통업의 경쟁력 향상을 가로 막는다.이미 일본은 가격파괴에의한 디스인플레(물가상승률 하락현상)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우리 유통업의 체질이 강화돼도 외국 대형업체의 상륙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예측불허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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