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스트레스 맞부딪쳐 풀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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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지난 23일 대입 수학능력 시험날 쌍둥이 수험생 어머니가 갑자기 목숨을 잃어 같은 처지의 많은 주부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평소 지병이 없었고 「이제 도시락 싸는것도 끝났구나」하고 마음 가벼워했다는 점에 비춰 평소의 긴장과 스트레스가 한풀 꺾이면서 돌연사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항상 쉴틈이 없지만 어떤 면에선 단조로운 잡사(雜事)로 끊임없이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는 가정주부들.
우선 전문가들은 이들에게 스트레스를 푼다는 이유로 운동이나 외부활동 등에만 매달려 회피하지 말고 스트레스 원인과 직접 맞부딪쳐 해결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권한다.
주 1회 8주과정으로 「엄마의 스트레스 교실」((710)9472)을 열어 가정주부들의 애로를 대화와 토론으로 해결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숙명여대 성영혜(成英惠.아동복지학과)교수는 『최근 입시철을 맞아 수험생 자녀를 둔 주부 들의 발걸음이 부쩍 잦아졌다』고 전제,『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완벽한 성격의 소유자일수록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그 원인을 지적한다. 한편 오리리 문화센터((515)7187~8)도 12월부터 주부 유머 아카데미를 개설해 고부간의 갈등.부부간의 다툼.
자녀와의 대화단절등 주부 스트레스해결에 한몫을 하겠다고 나섰다. 성영혜교수는 스스로 느끼기 힘든 속성을 지닌 주부 스트레스를 측정할 수 있는 기준〈표〉도 제시했다.이 가운데 잠을 푹 잤는데도 머리가 무거운 것등 4가지 이상의 항목에 해당되면 적어도 주말에는 편히 쉬는 정도의 휴식이 반드시 필요 한 상태라고 설명한다.
성 교수는 또 스트레스를 조절하려면▲일 순서를 바꾸거나 외모에 신경을 쓰는 등 환경을 변화시켜 보고▲가능한한 농담을 즐기며▲산책등 가벼운 운동을 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소개한다.
한편 대한신심(身心)스트레스학회 황준식(黃俊植.前 서울대의대교수)명예회장은『해도 해도 끝이 없을 것 같은 가사(家事)와 가족의 뒤치다꺼리가 주부 스트레스의 주원인』이라고 진단하면서 『어차피 해야 할 일이고 역할이라면 기꺼이 정성 을 다하는게 스트레스를 줄이는 비결』이라고 역설한다.
***○…… “어차피 할 일” 최선을 ……○ 황회장은 『상당수의 주부들이 집안 일을 지겹고 의미없는 것으로 여겨 가사를 등한히 하는 것이 오히려 스트레스를 부추긴다』고 단언한다.실제로 최근 일본에서 20~50대까지의 가정주부 3백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조사에 따르면 스 트레스에 강한 주부일수록 냉장고 청소를 자주하며 집안 일이 보람있다고 응답한 반면 생활이무절제하거나 스트레스 증상이 심할수록 가사일을 회피하는 경향이많았다는 것.
***○…… 남편.자녀가 분담도 ……○ 황회장은 따라서 주부는 가사에 남편과 자녀등 가족들을 적극 참여시키고 자신도 기꺼이 가정일에 전념하면 가사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자녀들에게 열심히 사는 어머니의 상(像)을 심어주는 교육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金明煥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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