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斷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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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창자가 끊어지는 것이 단장(斷腸)이다.
신농씨(神農氏)는 중국의 신화에 나오는 천신(天神)으로 인류에게 농사와 상업.의약(醫藥)을 가르쳐 준 고마운 신이다.
그는 신령스런 채찍을 들고 다니면서 만물 백초를 때려 독성의유무를 판별해 냈다.때로는 직접 씹어 맛을 보기도 했는데 그만잘못하여 단장초(斷腸草)를 맛보다가 창자가 끊어져 죽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사용되고 있는 斷腸의 뜻은 그런 것이 아니다.몹시 슬퍼서 애간장이 끊어지는 것을 뜻한다.
동진(東晉)때의 장군 환온(桓溫)이 촉(蜀)을 치기 위해 장강(長江)의 삼협(三峽)을 지날 때였다.군졸 하나가 원숭이새끼를 잡아 배에 올랐다.이를 본 어미 원숭이가 미친 듯이 날뛰었다. 그 원숭이는 아들이 잡혀가는 것이 안타까워 울부짖으며 강안(江岸)을 타고 줄곧 배를 따라 1백여리 길을 쫓아 오는 것이 아닌가.
배가 좁은 협곡에 들어서는 순간 어미원숭이가 훌쩍 배에 뛰어들었다.그러더니 갑판에 누워 숨을 헐떡이다이내 숨졌다.하도 이상해서 군졸들이 배를 갈라 보니 창자가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다.너무도 애통했기 때문이었다.
이때부터 斷腸은 자식이나 남편을 잃은 부녀자의 애끓는 심정을표현하는 말로 사용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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