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불거진 北美합의 파기說-우리정부 입장은 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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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의원들 사이에 北-美핵합의를 파기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정부는 그같은 움직임이 국내여론에 미칠 파장과 나아가 남북한 대화분위기 정착에 장애가 될 가능성을 우려,어떤 경우라도 핵합의는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을 세우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북-미 핵합의는 美행정부가 관장하는 외교사안이며 유엔 안보리나 국제원자력기구(IAEA)이사회 등 국제기구의승인을 거친 것이어서,공화당 의원들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일방적으로 파기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공화당 의원들의 주장에는 대략 두 가지 입장이 배경에깔려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우선 북한이 핵문제와 관련해 자신들이 한 약속을 한번도 지킨적이 없는데도 중유제공과 경수로 공사착공 등이 이미 이뤄진 5년뒤에나 특별사찰을 실시키로 하는 등 미국이 지나친 양보를 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중유제공을 미국이 책임지도록 돼 있는 것과 관련해 공화당 의원들이 행정부를 몰아세움으로써 미국의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이해타산이 깔려 있다는 점이다.
정부관계자들은 공화당 강경파들의 주장은 북-미 핵합의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판단,의회 청문회 등을 거치면 상당히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인 합의내용을 검토하면 미국뿐 아니라 북한도 양보한 것이 이해된다는 얘기다.
북한이 이미 보유하고 있거나 건설중인 흑연형 원자로와 핵재처리시설,핵연료봉 제조공장 등을 포기키로 한 것은 경제적으로 엄청난 투자손실을 감수하는 것임을 지적한다.
또 북한이 그같은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음을 보장하기 위해 IAEA가 실시하는 엄격한 핵사찰과 감시활동을 수용키로 한점은,핵확산금지조약(NPT)이나 핵안전협정상 필요한 수준을 넘어 주권의 상당부분을 포기한 셈이므로 명분을 중 시하는 북한으로서는 상당한 양보라는 것이다.
나아가 북-미 핵합의는 미국과 북한이 각각의 약속을 이행하는과정이 밀접히 연결돼 있기 때문에 중간에 북한이 약속을 위배하는 경우 북한이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거의 없다는 점도 지적한다.
특히 특별사찰 실시시기를 늦춘 것에 대한 비판에 관해서는,그같은 비판은 경수로 지원이전에 특별사찰을 실시키로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을 때 핵문제 타결이 지연됨으로써 북한이 제기하는 핵위협이 빠른 속도로 증대되는 것을 막을 길이 없 다는 문제점을 간과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공화당의원들의 주장이 중유제공 등에 있어 미국의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계산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 美행정부가 핵합의 타결 이전부터 그같은 부담을 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복안을 마련해 두었다고 밝혔다.
관계자들은 미국이 북-미핵합의 이행을 위해 결성되는 코리아에너지개발기구(KEDO)에 가급적 많은 국가를 참여시킨다는 말은바로 미국의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를 암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들은 최대 5억달러 정도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중유제공과 관련해 미국이 중동산유국들에 이를 부담시키기 위해 설득작업에 이미 착수했다고 전한다.
미국은 걸프전은 물론 중동의 평화정착과정에서 수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 상당한 기여를 했으므로, 북한핵문제 해결에 중동국들이 기여토록 요청하면 그들이 거절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특히 중유는 국제적으로 생산량이 소비량을 크게 웃돌고 있어 중동국들이 중유처분에 골머리를 앓고 있기 때문에,현물을 직접 제공하는 방식으로 할 경우 중동국들이 특별히 반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미국정부는 보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밝혔다.
***마지막까지 설득 그밖에 영국과 프랑스 등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나 독일과 같은 나라들도 북한핵문제가 국제적 현안임을 들어 설득하면,중유 및 경수로건설 지원,북한핵시설 해체,폐연료봉 처리 등에 경제적으로나 기술적으로 기여토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정부는 공화당 의원들의 움직임이 정치적인 성격이 강한 것으로파악하고 있다.민주당 정부에 대한 공세의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미국정부의 설득노력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의원들의 주장이 쉽사리 수그러들지는 않을 것이지만 그렇다고 핵합의를 파기할 정도까지는 이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康英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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