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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악화하자 ‘이제 나가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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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은행원들이 떨고 있다. 추워서가 아니다. 은행권에 또다시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치고 있기 때문이다. 예금 감소로 돈벌이가 궁해진 은행들은 최근 잇따라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당장의 실적 악화를 사람을 잘라 인건비 절감으로 막아보겠다는 심사다. 금융 전문가들은 은행들의 수익구조 개선이라는 근본적인 처방 없이는 수익성 악화-인력 감축-실적 악화라는 악순환만 되풀이될 뿐이라고 지적한다.


▶자욱한 담배연기에 은행원의 시름이 묻어난다. 한 은행 직원이 명예퇴직 실시 통보서를 받고 고민 중이다.

은행권에 구조조정 칼바람이 매섭게 불고 있다. 씨티은행과 한국은행이 명예(또는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최근에는 대구, 신한, 국민은행 등이 감원을 준비 중에 있다. 시중은행, 지방은행 할 것 없이 전 은행들이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인력 감축에 나선 곳은 SC제일은행이다. 이 은행은 지난 7월 명예퇴직을 실시, 100명의 인력을 줄였다. 당시 은행 측은 200여 명의 감원을 계획했지만 노조와의 마찰, 지원자 부진 등으로 대상자가 절반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11월에는 씨티은행이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이번 희망퇴직에는 전체 인력(4197명, 6월 말 기준)의 약 3%에 해당하는 120명이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희망퇴직 대상자가 10년 이상 근무자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의 인원이다. 씨티은행은 명예퇴직 보상금으로 개인별 최대 36개월치의 월 평균 임금을 지급했다.

신한은행 600여 명 감축 준비

지난 3일에는 한국은행이 20년 이상 근속한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단행했다. 한국은행이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한 것은 2003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명예퇴직 대상자는 전체 직원(2240명)의 53% 정도인 1180명이나 됐지만 신청자는 총 31명에 그쳤다. 이 중 1급 직원은 없었으며 2급이 12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은 명예퇴직 보상금으로 최고 30개월치 월 평균 임금을 받았다. 또 한국은행은 ‘연구역’을 신설, 정년이 2~3년 정도 남은 2급 고참 직원을 대거 전환할 방침을 밝혔다.

지난해 말 희망퇴직을 실시해 600여 명을 감원했던 신한은행은 이달 중 노조와의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이 마무리되면 또 한 차례 희망퇴직을 단행할 계획이다. 조흥은행과의 합병으로 덩치가 커졌다는 것이 이유다. 희망퇴직 주요 대상자는 1950년생 이상의 장기 근속자로 대상 인원은 지난해와 같은 수준인 600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 노조 관계자는 “사측에서는 희망퇴직 대상자를 지난해 말과 비슷한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아직 임단협이 끝나지 않은 상태로 구체적인 퇴직조건이나 대상이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국민은행, 우리은행 등도 조직개편과 구조조정을 진행할 계획이다.

‘감원 바람’이 매섭기는 지방은행도 마찬가지다. 대구은행은 책임자급(4급, 과장) 이상, 만 55세 이상 점포장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준비하고 있다.

이 은행은 지난해 말에도 명예퇴직을 실시한 바 있다. 대구은행 노조는 “희망퇴직 대상 인원은 20명 안팎이 될 것”이라며 “아직 보상 기준은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 부산은행과 광주은행, 경남은행도 명예퇴직을 실시해 각각 114명, 60명, 30명을 감원했다.

구조조정 이유에 대해 은행들은 저마다 인력구조 개선, 인사적체 해소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예대마진 감소(예금과 대출 이자 차익) 등 돈벌이가 힘들어지자 인건비부터 줄이기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민환식 금융산업노조 정책국장은 “은행마다 인력구조에 대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수익구조 개선 노력 없이 단기 실적에만 치우쳐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최근 일어나고 있는 은행권의 구조조정도 예대마진 감소 등 수익성 악화를 구조조정을 통해 보충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저축에서 투자로 개인들의 재테크 방식이 급속히 바뀌면서 은행들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 올 들어 9월까지 국내 18개 은행의 순이익은 13조92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늘었다. 겉으로 보면 장사를 잘해 돈을 많이 번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 반대다.

수익의 대부분은 몇 년 전 기업 구조조정 당시 떠안았던 LG카드, 하이닉스 같은 회사 주식을 팔아 생긴 특수이익으로 이를 빼면 오히려 은행 수익은 6.6% 감소했다.

“인력감축은 땜질식 처방”

은행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이익률(ROA)은 1.30%로 전년 동기와 동일한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 역시 출자전환주식 매각이익을 제외하면 1.20%에서 0.98%로 낮아졌다.

더욱이 시중 자금이 펀드나 주식으로 몰리면서 은행은 대출 재원이 부족할 지경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자산운용사의 수신 잔액은 269조5433억원으로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 268조9834억원을 넘어섰다.

특히 지난달 정기예금은 8401억원 늘었지만 자산운용사 수신은 13조136억원이나 폭증, 수신 잔액 격차가 12조7000억원대로 벌어졌다. 또 지난 1∼10월 중 은행의 수시입출식 예금은 5조원이나 감소했다. 하루만 맡겨도 4% 이상의 이자를 주는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로 옮겨간 것이다.

예금 이탈이 심해지자 은행들은 대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고금리 CD를 발행하는 처지까지 몰렸다. 저금리의 예금을 받아 고금리의 대출로 운용하는 ‘이자 장사’로는 더 이상 수익을 올릴 수 없게 된 것이다.

은행들이 이자 장사를 얼마나 잘했느냐를 나타내는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계속 하락 추세다. 국민은행의 경우 2005년 3분기 3.91%에서 2006년 3분기에는 3.77%로 떨어진 데 이어 올 3분기에는 3.47%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3분기 2.29%를 기록한 하나은행의 NIM도 올해 0.02%포인트 하락한 2.27%를 기록했다. 여타 은행도 사정은 비슷하다.

금융전문가들은 인력 구조조정이라는 땜질식 처방으로는 은행의 수익성 악화를 막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자와 수수료 수익에 치중해 있는 수익구조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유능한 인재 방출로 수익사업 다각화가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충고다.

한정태 하나대투증권 리서치 팀장은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등으로 국내 금융산업의 중심은 은행에서 자본시장으로 넘어가고 있다”며 “은행들이 수익성 악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본력 확충을 통해 전체 수익의 16%에 지나지 않는 비(非)이자 수익과 2.5% 수준인 해외수익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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