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脣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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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순치(脣齒)는 입술과 이를 뜻한다.입술은 이의 보호막 구실을한다. 그래서 입술이 부르터서 다물지 못하게 되면 금방 이가 시려오게 된다.
그것을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고 한다.
따라서 매우 밀접한 관계를 입술과 이의 관계에 비유하기도 한다. 춘추시대 진(晉)나라는 영토확장에 혈안이 돼 있었다.마침옆에 약소국인 괵(괵)나라가 있어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그런데 두 나라 사이에는 우(虞)나라가 위치해 있었으므로진은 먼저 우나라에 길을 비켜 줄 것을 요청했다.
진의 위세에 굴복한 우의 임금이 허락하려 하자 신하 궁지기(宮之奇)가 극력 제지하고 나섰다.
『절대로 안됩니다.괵나라는 우리나라의 방패입니다.만약 괵이 망하게 되면 우리 나라도 멀지 않아 망하고 말 것입니다.두 나라는 마치 입술과 이의 관계와도 같아「입술이 무너지게 되면 이가 시리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노릇입니다.』 하지만 끝내 임금이 길을 내주자 궁지기는 그 길로 가족과 함께 말을 타고 우나라를 떠나면서 말했다.
『올해 안으로 우나라는 망하게 될 것이다.』 과연 진은 괵을멸망시키고 돌아 오는 길에 우나라까지 멸망시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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