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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사교육비 경감 대책] 배경과 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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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부가 9개월여간의 고심 끝에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전방위 처방을 17일 내놨다.

공교육은 무너지고 입시 위주의 문제풀이식 과외활동에 연간 13조원의 사교육비가 들어가는 교육 현실을 이대로 두면 국가의 미래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우선 밖으로, 학원으로 내보냈던 학생들을 보충학습으로 학교에 불러 모으고, 학생들의 수준별로 학급을 나눠 질 떨어진 학교 수업을 개선하겠다고 나섰다. 학교마다 잘 깔려 있는 인터넷망이나 위성방송을 통해 수능 과외도 어느 때나 저렴하게 받을 수 있게 했다. 이 두 방안이 이번 대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대입제도 개선▶교사 평가▶고교 평준화제도 보완▶학벌주의 타파 등의 중장기 대책도 포함시켰다. 이런 처방을 통해 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서 외면당하고 있는 공교육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자는 게 정부의 목표다. 사교육 흡수를 위해 학교.교사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셈이다.

◇실천과 신뢰가 관건=이번 대책을 조목조목 살펴보면 깜짝 놀랄 만한 내용은 없다. 그러나 국민의 신뢰를 얻고 이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추진하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안병영(安秉永)교육부총리는 이날 "경천동지할 대책보다는 실천 가능한 방안을 만들어 최선을 다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양대 교육학과 정진곤 교수도 "정부 대책은 방향을 잘 잡은 것으로 보인다"며 "사교육이란 중병에 걸린 환자가 하루아침에 나을 수는 없으므로 정부는 인내심을 갖고 일관되게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과거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국민의 불신으로 효과가 반감됐던 점을 감안하면 학부모나 학생들이 정부를 믿고 따라오게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사교육 흡수하는 공교육=교과목 과외는 물론 예.체능 중심의 특기적성교육, 심지어 맞벌이 부부가 자녀를 학원에 맡기는 탁아 수요까지 잡겠다는 게 교육인적자원부의 계획이다.

수능과외를 잡겠다고 내놓은 것이 'e-학습(e-learning)'이다. 우선 위성.케이블 TV방송 채널 하나가 24시간 내내 '수능'만 방송한다. 방송 내용은 중급 수준이지만 이 내용을 인터넷에 올릴 때는 상.하 수준까지 담는다. 수능 방송에서 나오는 내용도 수능 출제와 연계한다.

또 다른 한 축은 학교에서 실시되는 수준별 보충학습이다. 학교 교사나 외부 강사들이 방과 후 수준별로 보충학습을 할 수 있다.

학생들이 원하고 학교운영위원회가 결정하면 외부 학원 강사도 데려올 수 있다. 방과 후 특기적성 시간엔 교대나 사범대 학생들도 보조교사로 활용하고 학점을 주기로 했다.

◇교육소비자 선택 확대=학부모를 참여시키는 교사 다면평가.교장평가, 평준화지역에서의 선(先)지원.후(後)추첨제 확대 등은 학부모나 학생의 선택 폭을 넓혀주기 위한 대책이다. 교육부는 이를 중기 대책으로 분류하고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정부가 확대하려는 선지원 후추첨제는 평준화 지역에서도 거주지와 상관없이 지원가능한 공동학군을 새로 만들거나 확대하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또 일반계 고교에서 외국어나 예.체능 특성화 과정을 운영하게 하고, 이 과정을 이수하길 희망하는 학생들이 지원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문제는 없나=사교육에 몰려 있던 학생들이 학교의 보충학습이나 TV.인터넷 등에서 이뤄지는 과외에 눈을 돌릴 것인가가 핵심이다. 그만큼 질과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사교육 분야의 'e-학습'은 강사와 학생이 서로 PC화면을 통해 1대1로 강의를 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랐다. 질이 높지 않은 수능 채널이나 인터넷 강의는 학생들이 등을 돌린다.

강홍준 기자<kanghj@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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