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이민자 수난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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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모로코계 프랑스인인 하미드 세니(32)는 경영학 석사 학위와 2년간의 해외 근무 경력이 있었지만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 연락해 온 회사는 단 한 곳으로, 진공청소기 방문판매 업체였다. 그는 프랑스를 떠나기로 결정했고, 한 달 만에 6개 국가에서 8건의 면접을 봤다. 세니는 아일랜드와 독일 회사를 저울질하다 결국 영국 런던의 일자리를 택했다. 그는 "프랑스에서는 모두 차별하기 때문에 차별이 법에 어긋나는 일이라는 것조차 잊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트리뷴(IHT)은 10일 프랑스에서 이민자 차별이 심화하는 사례를 보도했다. 세계화로 이민이 늘고 있으나 어떠한 차별철폐.인권 정책도 편견 앞에선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특히 과거 '톨레랑스(관용)'의 나라로 불리던 프랑스에서 중동.북아프리카 출신자에 대한 차별은 오히려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르본대 장프랑수아 아마디외 교수(사회학)는 다른 내용은 같고 이름만 다른 이력서 500장을 기업에 발송, 회신되는 비율에 대한 조사를 2004년에 이어 지난해 다시 실시했다. 그 결과 아랍식 이름과 비교해 프랑스식 이름이 쓰인 이력서에 대한 회신 비율은 3년 전보다 5배에서 20배까지로 오히려 늘었다. 2005년 프랑스를 뒤흔든 이민자들의 폭동사태 이후 차별감시기구 설치 등으로 상황이 나아졌을 거라는 예상을 깨는 결과다.

아마디외 교수는 "폭동이 편견을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온 듯하다"고 평가했다. 실제 프랑스 청년 실업률은 20% 정도이지만 소수계 비율이 높은 대도시 교외지역 실업률은 지금도 40%를 웃돈다. 이는 지난달 파리 북부지역 폭력사태를 부른 원인의 하나로 지목되기도 했다.

말레이시아에서도 이민자들의 인권 침해가 심각하다. 2700만 인구 중 300만이 외국인 노동자로, 이 중 절반이 불법 노동자로 추산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방글라데시.인도.네팔.베트남.미얀마 출신이 많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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