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후보들이 사람 좋다는 인간성 세일즈에 나선다.
민주당 대선 후보 중 선두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중산층 가정 출신이다. 자라면서 궂은일을 한 적이 별로 없다. 그런 그에게도 잊기 어려운 아르바이트의 기억이 있다. 그는 1969년 여름 명문 웨슬리대학을 졸업하고 알래스카를 여행했다. 그때 그는 여행 경비를 벌기 위해 발데스의 한 연어 통조림 공장에서 연어 내장을 따는 일을 했다. 그는 회고록 '살아 있는 역사'에서 그 시절을 이렇게 소개했다. "연어의 피로 발갛게 물든 부두 안에서 높이가 무릎까지 올라오는 장화를 신고 숟가락으로 내장을 제거하는 일을 했다. 감독관은 늘 나의 손놀림이 빠르지 않다고 고함을 질렀다. 그러다 연어를 통조림통에 담는 일을 했다. 어느 날 상한 연어를 발견하고 보스에게 보고했더니 곧바로 나를 해고해 버리더라."
힐러리를 위협하고 있는 민주당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뉴욕 맨해튼의 컬럼비아대학에 다닐 때 건축 공사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직물 노동자의 아들로 집안에서 처음으로 대학에 들어간 민주당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은 고교 시절부터 직물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공화당의 프레드 톰슨 전 상원의원도 신발.의류가게와 모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했다. '아메리칸 모터스'를 경영했고, 미시간 주지사를 지낸 아버지 덕분에 유복하게 자란 공화당의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도 삼촌의 농장 하수관에서 오물이 쏟아지는 가운데 파이프를 자르는 작업을 잠시 했다고 한다.
AP통신은 이들 대선 후보에게 학창 시절 무슨 공부를 잘했고, 못 했는지 물었다. 힐러리는 "역사를 좋아했지만 수학은 잘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오바마는 "하버드대 법학대학원을 우등 졸업했으나 8학년(중2) 때 프랑스어 과목에서 D학점을 받았다"고 했다. 에드워즈는 "최고는 영어였고, 최악은 화학 과목이었다"고 밝혔다.
공화당 선두주자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법과대학원에서) 헌법과 계약법 성적은 좋았으나 세법 점수는 나빴다"고 말했다. 허커비는 "토론 과목에서 A플러스 학점이 나왔지만 9학년(미국의 경우 고1) 때 수학의 대수(代數)에선 C를 받았다"고 했다. 해군 조종사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포로가 돼 고문까지 당한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좋은 점수를 받은 적이 별로 없다"고 겸손하게 답했다. 롬니는 "A부터 F학점까지 다 있으나 A가 F보다는 많다"고 했다.
숨은 재능과 나쁜 습관에 대해 힐러리는 "단어 퍼즐 맞추기를 잘하나 초콜릿을 좋아하는 게 문제"라고 소개했다. 오바마는 "포커에 재능이 있지만 블랙베리(휴대전화와 개인휴대단말기(PDA)의 장점을 합친 스마트폰)가 있는지 늘 챙기는 건 나쁜 습관"이라고 말했다.
'정치인이 되지 않았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라는 물음에 힐러리는 "대학이나 재단을 설립하는 등 대의명분이 있는 일을 했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오바마는 건축가, 에드워즈는 직물공장 책임자라고 했다. 줄리아니는 스포츠 경기 중계 아나운서, 허커비는 순회 공연하는 록 밴드의 베이스 기타 연주자, 롬니는 자동차 회사 경영자, 매케인은 외교관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워싱턴 포스트는 9일 대학생 시절 반전운동을 한 힐러리가 해병대에 입대하려 자원한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1975년 베트남 전쟁 종전 직후 남편 클린턴 전 대통령과 결혼하기 직전 가을이다. 아칸소주 모병 사무소를 찾았으나 당시 법대 교수인 징병관이 안경을 쓴 힐러리에게 "나이가 너무 많고, 시력이 좋지 않고, 여성 아니냐"며 돌려보냈다고 한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