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伊검찰의 총리부패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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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5월 출범(出帆)한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 연립정부가 집권 반년만에 좌초(坐礁)위기에 몰렸다.
검찰은 베를루스코니총리 소유의 피닌베스트 기업그룹이 세무공무원들에 대해 뇌물을 제공한 증거를 확보하고 총리 자신에게까지 수사를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여기에 연정(聯政)참여 정당들마저 이탈 움직임을 보이자 베를루스코니총리는 23일 드디어총리사퇴.총선실시라는 마지막 카드를 던졌다.
이탈리아 제1의 미디어 재벌총수인 베를루스코니는 지난 3월 포르차 이탈리아(전진 이탈리아)黨을 창당,정치입문 2개월만에 총리자리에 올랐다.그는 집권초기부터 재정적자 축소를 최우선과제로 삼아 노동자의 퇴직연령을 높이고 연금을 줄이는 법안을 마련했으나,노동자.학생들의 대규모 반대시위와 파업으로 전국이 대혼란에 빠졌다.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최근의 북부지역 대홍수로 인해 더욱 궁지에 몰렸다.
이같은 상황에서 베를루스코니총리 자신의 개인적 비리(非理)는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밀라노검찰이 벌이고 있는 마니풀리테(깨끗한 손)사정(司正)캠페인은 지난 7월 피닌베스트그룹의 세무공무원 뇌물제공 혐의로 베를루스코니총리의 동생 파 울로 등 그룹간부들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기에 이르렀다.베를루스코니총리는이를 저지하기 위해 포고령을 발표했다가 여론의 격렬한 비판에 몰려 포고령을 다시 철회함으로써 오히려 그 입지(立地)에 큰 손상을 입었다.
흔히 이탈리아의 부패는 이탈리아 역사만큼이나 오랜 것이라고 말한다.군소정당들의 난립으로 전후(戰後) 50차례 가까이 내각이 교체되는 정치적 혼란속에서 정치권과 연결된 금력(金力),그리고 마피아로 대표되는 조직범죄와의 연계(連繫)는 이탈리아 사회에 뿌리깊은 구조악을 심어놓았다.이같은 구조적 부조리속에서 현직 총리에게까지 사정의 매서운 칼을 대는 이탈리아 검찰의 용기에 찬탄을 금할 수 없음이 이탈리아 사태를 바라보는 우리의 솔직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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