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평론가가 본 '맘마미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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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여름, 런던에서 오리지널판 '맘마미아!'를 봤다. 아바의 히트곡들을 엮은 만큼 편안한 즐거움이 넘쳤다. 이 작품은 일본에서도 인기가 높다. 일본 극단 사계(四季)가 2002년 12월부터 덴쓰사계극장에서 올린 일본판 '맘마미아!'는 1년이 지난 지금도 객석이 꽉꽉 찬다.

런던.도쿄.서울에서 본 세개의 무대를 비교해보자.

도쿄판.서울판의 연출과 무대장치는 런던의 오리지널판 그대로여서 별 차이가 없다. 다른 점은 무엇보다 출연하는 배우들이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한국 배우들의 타고난 가창력이다. 주역인 도나역은 더블 캐스트였다. 내가 본 것은 박해미가 출연하는 공연이었다. 클래식 음악도 출신에다 아름다운 용모, 맑고 투명한 목소리는 관객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특히 도나가 2막에서 옛 애인을 앞에 두고 절절하게 사랑의 좌절을 노래하는 '더 위너 테익스 잇 올(The winner takes it all)'은 절창이라 할 만큼 돋보였다.

타냐역의 전수경은 뛰어난 노래 솜씨와 희극적 센스, 그리고 장신의 아름다움을 잘 살려 애교넘치는 타냐를 빚어냈다. 스카이 역의 이건명은 상쾌한 분위기를 지닌 젊은 배우로 노래도 좋았다.

일본판 '맘마미아!'는 2002년 12월에 시작한 뒤 지금도 여배우 호사카 지즈(保坂知壽)가 혼자서 도나역을 열연하고 있다. 호사카만 돋보이는 일본판과 달리 한국판은 캐스트 모두가 매력있다.

연기의 감촉도 다르다. 일본 배우들은 잘 통제된, 정연하고 질서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그것은 단련된 노래와 연기의 테크닉에서 나온다. 이에 비해 한국 배우들은 뛰어난 가창력과 대범하면서도 개성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또 한국판과 일본판은 도나.타냐.로지 등 중년 여성 3인조의 분위기가 런던 공연의 '할머니풍 3인조'보다 훨씬 젊었다. 동양 여성이 젊어보이는 점도 있지만, 생활에 지친 중년 여성의 피로감이 런던판보다 엷게 표현된 게 사실이다.

서울의 커튼콜에서는 관객들이 모두 일어나 뜨거운 박수로 열광했다. 도쿄도 마찬가지다. 나 또한 일어서서 열심히 박수를 쳤다. 한국 공연에서 또 좋았던 점은 무대 위의 영어자막. 외국관객에게는 작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런 것은 일본에서도 도입하는 것이 좋겠다.

◇센다 아키히코(扇田昭彦)

1940년생. 도쿄대 문학부 졸. 아사히 신문 기자를 거쳐 현재 시즈오카 문화예술대 교수이자 일본의 대표적인 연극평론가. 저서 '현대 연극의 항해' '일본의 현대연극' '뮤지컬의 시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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