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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프리 효과' 아이오와 강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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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미국 대선에서 '윈프리 효과'가 심상치 않다.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가 8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 주자인 버락 오바마에 대한 첫 지지 연설을 한 아이오와주 데뷔 무대는 만원 사례를 기록했다. 9일 열리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행사에는 참석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여 급히 유세장을 더 넓은 곳으로 옮기는 일도 벌어졌다.

오바마의 강력한 라이벌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진영은 영향력이 막강한 윈프리의 등장으로 비상이 걸렸다. 특히 다음달 3일 이번 대선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후보 경선전인 아이오와 코커스를 앞두고 '윈프리 변수'가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데뷔 무대 만원사례=아이오와주 디모인의 하이비홀 앞은 윈프라가 연설하기 수 시간 전부터 북적댔다. 홀은 1만8500명의 청중으로 가득 찼다. 발 디딜 틈이 없었으며 어깨를 서로 부딪칠 정도였다. "평소 정치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단지 윈프리를 보기 위해 왔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았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윈프리는 열변을 토했다. "워싱턴에서 아무리 많은 시간을 보내면 뭐하나. 신뢰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 더 중요하지." 민주당 선두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이 오바마의 '경험 부족'을 걸고 나온 데 대한 반격이었다.

"오바마는 이라크 전쟁에 대해 시종일관 분명한 입장을 표시한 정치인"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힐러리는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결정한 이라크 전쟁에 찬성표를 던졌다.

연설 도중에는 카메라 플래시가 연방 터졌다. "우리는 오프라를 사랑한다"는 구호가 터져 나와 연설이 자주 중단되기도 했다. 오바마가 "오프라를 부통령으로 추대하기를 바라십니까"라고 묻자 청중은 열광했다. 그러나 오바마는 곧 "이는 오프라를 격하시키는 것"이라고 말해 더 큰 박수를 받았다.

오바마의 유세장인지 윈프리의 무대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 실제로 윈프리의 연설이 끝나자 수백 명이 자리를 뜨기도 했다.

윈프리는 오바마 부부와 함께 아이오와주에 이어 9일에는 뉴햄프셔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를 찾는다. 이 3개 주는 모두 초반에 경선전이 열려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다.

윈프리는 당초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1만80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농구장에서 연설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초대권이 모두 동나자 오바마 측은 유세장을 8만 명 수용이 가능한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 풋볼 경기장으로 변경했다.

◆대박이냐, 찻잔 속 태풍이냐='오프라 윈프리 토크쇼'에 소개하는 책이나 제품은 곧바로 베스트 셀러가 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이 때문에 윈프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막강한 엔터테이너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정치 분야에서 윈프리 효과는 아직 검증된 적이 없다. 일간 USA 투데이의 10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윈프리 때문에 오바마를 지지하겠다고 답한 성인 응답자는 8%에 불과했다. 반대로 오바마 지지를 않겠다고 한 사람은 이보다 많은 10%에 달했다. 윈프리 효과가 대박이 될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지는 미지수다.

한경환 기자 helmut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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