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한통 '가짜 발기부전제' 손안에...불법 유통 심각

중앙일보

입력

'비아그라'와 '시알리스' '레비트라', 국산 '자이데나', '엠빅스'까지 최근 몇 년 사이 발기부전치료제의 종류도 다양해졌고, 시장규모도 900억원대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이 커질수록 가짜 발기부전치료제의 불법 유통도 심각하다.

의사의 처방전 없이는 구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은밀한 방법으로 구입해 복용하고 있으나 이를 막기란 쉽지 않다.

▲비아그라 전화 한통이면 내손에

최근 회사원 김모씨(46)는 출근하기 위해 차문을 열려는 순간 문틈에 꽂혀있는 명함크기의 광고지를 발견했다. 광고지에는 '비아그라'와 '시알리스'를 판매한다며 휴대전화번호가 적혀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한번쯤 복용해보고 싶었던 김씨는 의사의 처방 없이는 구입할 수 없었는데 잘됐다 싶어 전화를 걸었고, 퀵서비스를 통해 앉은 자리에서 물건을 받아볼 수 있었다.

유통업을 하는 윤모씨(41)도 얼마 전 거래처 사람들과 함께 유흥주점을 찾았다가 종업원들로부터 캡슐형태의 약을 받았다. 종업원들은 이 약을 미국산 '비아그라'라고 설명하며 먹어보고 맘껏 즐기고(?)가라고 권했다.

이렇듯 의사의 처방 없이는 구입할 수 없는 발기부전치료제를 전화 한통이면 손에 넣을 있다. 판매책과 연락이 닿으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유흥가나 주택가에 주차된 차량에는 광고지가 널려있고, 지하철 화장실 벽면이며 성인 인터넷 게시판에도 발기부전치료제를 판다는 광고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취재진이 실제 이들에게 전화를 걸어 물건을 구할 수 있는지 물어보자 "비아그라 뿐만 아니라 시알리스 등 여러 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진품이냐는 물음에 "미국에서 직접 들여온 물건"이라고 안심시킨다.

8알이 들어있는 비아그라는 6만원 선에 거래되고, 미국산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30알들이 한통은 10만원에 유통되고 있었다.

이들은 주로 퀵서비스나 택배를 통해 은밀하게 배달하거나 심지어는 지하철역에서 직접 만나 물건을 전달하기도 했다.

또 이들은 발기부전치료제 이외에도 정체불명의 '여성흥분제'와 '최음제' 등도 있다며 필요하면 말하라고 귀띔까지 해준다.

▲점조직 형태...불법 유통 막기 힘들어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이렇게 유통되고 있는 가짜 발기부전치료제 추방을 위해 경찰청과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협조해 가짜 약을 판매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감시하고 수시로 의심되는 곳을 단속하고 있다.

가짜 발기부전치료제의 유통으로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는 제약회사들도 자체적으로 단속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유관기관들의 전방위적인 단속의지에도 불구하고 남성기능보조제의 불법 유통은 끊이지 않고 있다.

가짜 발기부전치료제 판매자들은 가짜 약 대부분을 밀수나 점조직을 통해 국내에 들여오고 검증된 인물이 아니면 다량의 물건을 판매하지도 않는다.

이는 또 다른 판매책을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일반인에게는 1인당 1~2개 정도로 판매량을 정해놓고 지하철이나 퀵서비스, 택배 등을 이용해 은밀히 물건을 전달한다.

이들은 또 다른 사람 명의로 개설한 이른바 '대포통장'이나 '대포폰'을 이용하기 때문에 추적 또한 쉽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가짜 비아그라 유통망은 점조직 형태로 되어 있고, 은밀히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 유통망 자체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며 "대포폰을 쓰기 때문에 추적도 안되고 퀵서비스로 현금 거래를 하기 때문에 공급자를 찾아내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99% 가짜...잘 못 먹었단 '독'된다

전문의들이나 제약회사 관계자들은 시중에 불법 유통되고 있는 남성기능보조제의 99%이상이 가짜라고 말했다.

대한약사회 진윤희 부장은 "제약회사나 의약품 도매상을 통해 약국으로 들어오는 약이 아니라면 거의 다가 가짜 약으로 봐도 무방하다"며 "실제 지난 2005년 대한약사회에서 성분분석 결과 100% 가짜로 판명됐고,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또 지난 4월 경찰이 적발한 가짜 비아그라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를 통해 분석한 결과 비아그라 주성분인 실데나필 함유량이 정품보다 57% 높거나 33% 낮은 등 일정하지 않았다.

전문의들은 하나같이 시중에 불법 유통되고 있는 발기부전치료제를 잘못 복용했을 경우 부작용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세원 비뇨기과 전문의는 "시중에 불법 유통되고 있는 남성기능보조제의 경우 의사의 처방이 없기 때문에 과다하게 투여되거나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며 "혈압상승이나 두통이나 소화불량은 물론 심각할 경우 망막혈관이 파열돼 시각장애가 오거나 심한 저혈압 쇼크로 드물게 사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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