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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논술, 다양한 주제로 2~3문항 출제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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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7일 수능 성적표를 받았지만 수험생의 혼란은 여전하다. 지금까지 등급구분점수(등급 컷)에 마음을 졸여 왔다면 이젠 20일부터 원서를 접수하는 정시에서 대학별 논술과 구술면접 고사에 힘을 쏟아야 한다. 올해는 수능과 학생부에 모두 9등급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논·구술이 당락에 미치는 상대적 영향력이 커졌다. 그러나 예전처럼 논술 점수로 수능 점수를 뒤집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원점수에서 1, 2점 차가 아니기 때문에 ‘등급 뒤집기’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높다. 등급제하에선 자신이 지원한 대학과 모집단위에 수능과 학생부 등급 동점자가 많다. 동점자와 경쟁하는 측면에서 논술의 미묘한 영향력이 발휘될 것으로 입시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이제는 실전 연습=정시 모집 때 논술 고사를 실시하는 대학은 ▶인문사회 계열 44곳 ▶자연 계열 37곳이다. 이들 대학의 모의고사나 최근 치른 수시 2학기 논술 유형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이미 수시 논술을 치러 본 학생들은 그 경험을 잘 살릴 필요가 있다.

 이전의 정시 논술은 한 문항짜리 단일 논제형이었다. 올해부터 대다수의 대학이 택한 통합교과형 논술은 여러 문항으로 된 다문항, 복수의 논제를 제시하는 다논제형이다. 문제 유형도 다양하다. 대학들은 ▶제시문 요약과 비교·대조 ▶제시문 간 상호 비판 ▶그림·통계자료 해석 등으로 논술 고사를 세분화했다. 답안 작성도 2000자 이상 길게 쓰는 예전의 ‘일반논술’이 아니라 200자에서부터 1000자 내외로 끊어서 묻는 방식이다. 수험생 입장에선 글쓰기가 수월해졌다는 평이다.

 대학별 논술 고사는 주로 1월 초부터 중순 사이에 몰렸다. 준비 기간이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았다. 기본기를 다질 시간보다는 기출 문제를 통해 실전 훈련을 해야 할 때다. 최상호 환일고 교사는 “이해하지 못할 새로운 책에 매달리기보다는 ‘첨삭 중심’으로 기출 문제를 풀어 보라”며 “첨삭을 통해 다시 고쳐 써 보고 배경 지식을 확장하는 과정을 반복하라”고 말했다.

 박유성 고려대 입학처장은 “논술 채점위원들은 몇 년간 5~6회 이상 줄곧 논술 채점을 전문으로 해 온 교수들”이라며 “학원식, 판박이식 논술은 금방 걸러낼 수 있고 감점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박 처장은 “첨삭도 학생끼리 토론 식으로 체크했을 때 창의적인 답안이 나오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교과서 적극 활용해야=수시 2학기 논술을 치른 대학들에서 교과서 지문 활용이 대폭 늘었다. ‘통합교과형 논술’이기 때문에 교과서에 주목해야 한다. 소화해 내지 못할 화려한 배경지식을 맥락 없이 옮기는 글보다 제시문과 논제의 핵심을 정확히 해석하는 독해력이 중요하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고교 과정에서 배운 지식 개념과 원리를 사회 현상에 유기적으로 연관시키기 위해 교과서 지문의 활용이 늘었다”며 “수험생들은 문제에서 요구하는 핵심적인 내용만을 간결하게 서술하는 능력과 시간 안배 능력을 반드시 길러야 한다”고 당부했다.

 임병욱 인창고 교사는 “수능에서 한 문제 차이로 등급이 밀린 학생은 억울하겠지만 이젠 차분히 논술을 준비할 때”라며 “자신이 속한 등급에서 원점수로는 상위권 점수라면 하위권 점수로 ‘등급 턱걸이’를 한 수험생보다는 실력이 낫다는 자신감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등급제 때문에) 잃어버린 수능 점수’를 안타까워하기보다는 자신의 실력이 등급제에서 과소평가됐을 뿐이라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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