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008수능성적분석] 여러 영역 ‘낙타등’… 논술의 힘 커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7일 배부된 수능시험 성적표를 통해 자신의 과목별 등급을 확인한 서울 대치동 휘문고 학생들이 진학 안내 책자를 보고 있다. [사진=박종근 기자]

 올해 처음 시행된 등급제 수능에서 특정 등급에 학생이 몰리는 ‘낙타등’ 현상이 여러 영역에서 나타났다. 특정 등급을 받는 수험생이 많아지면 그 아래 등급을 받는 수는 그만큼 적어진다. 자연계 학생들이 응시하는 수리 가형이 대표적인 예다. 대학들은 동일한 등급에 대해 같은 환산 점수를 부여한다. 따라서 특정 학과에 수능 등급이 같은 학생들이 몰리면 논술과 같은 다른 전형 요소의 영향력이 커진다. 수험생들은 자신의 등급만 가지고 정시모집에 지원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모의고사보다 낮아진 1등급 비율=수능 출제와 채점을 맡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원점수를 기준으로 한 등급 구분 점수를 공개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선 학교가 학생들의 성적표를 집계해 본 결과 각 영역별 1등급 구분 점수는 ^언어 90점 ^수리 나형 93점 ^외국어 96점인 것으로 추정됐다. 논란이 되고 있는 수리 가형의 1등급 구분 점수는 98점 이상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2점짜리 문항 하나를 틀려 98점을 받고 1등급을 받은 수험생은 극소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언어·수리·외국어·탐구(4개 과목)에서 모두 1등급을 받은 수험생은 644명이었다. 사회탐구를 본 학생은 454명, 과학탐구를 본 학생은 190명이다. 올해 두 차례 실시된 모의평가와 비교할 때 모든 영역 1등급자는 이번 수능에서 가장 적게 나왔다.

 언어와 수리, 외국어에서 모두 1등급을 받은 수험생 비율은 전체의 0.68%였다. 9월 모의고사(0.98%)나 6월 모의고사(1.1%)에 비해 낮아졌다. 올 수능에서는 수리 가형 등 일부 영역을 제외하고는 문제가 어려워 최상위권 학생들의 비율이 모의고사 때보다 줄어든 것이다. 이에 따라 최상위권 대학·학과에서는 수능이 상당한 변별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낙타등’ 변수=자연계 학생들이 등급제 수능에 따른 혼란을 겪고 있다. 수리 가형에서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으로 추락하는 현상이 벌어진 데다 2등급 비율이 10.08%로 기준 비율(7%)보다 3% 이상 높게 나타났다. 3등급에서는 인원이 기준 비율보다 적어졌으며, 4등급은 많아지는 연쇄작용이 일어났다.

수리 가형에서 2등급을 받은 수험생은 상위권대 자연계 학과와 의학계열에 지원하려면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이들 계열은 상대적으로 수리 가형의 반영 비율이 높다. 2등급자들이 많이 지원하는 대학에서는 혼전이 예상된다. 수리 가형 2등급을 요구하는 서울 시내 상위권 사립대 학과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으로 추락하는 화학Ⅱ와 1등급 인원 비율이 6.27%로 가장 많은 물리Ⅰ을 선택한 수험생들도 대학 선택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상위권대 지원 가능 등급=서울대는 정시모집에서 1단계 전형을 수능 성적만으로 한다. 인문계는 정원의 2배수(1276명), 자연계는 정원의 3배수(1725명) 안에 들어야 한다. 인문계에서는 언어와 외국어 중에서 최소한 한 개가 1등급, 수리 1등급, 사회탐구와 제2외국어 2개에서 1등급이 나와야 지원이 가능할 전망이다.

 자연계에서는 언어와 외국어 중 적어도 한 개, 수리 가형에서 2등급, 과학탐구에서 2개 과목은 1등급, 2개 과목은 2등급 성적을 받아야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수능 등급을 활용하는 방법은 대학마다 다르다. 또한 등급에 부여하는 환산점수가 모집단위마다 다른 경우도 있다. 고려대는 언어나 외국어 영역에 비해 수리 영역의 등급 간 점수 차가 크다. 수리에서 등급을 잘 받지 못한 학생은 지원이 불가능하다.  

글=강홍준 기자 , 사진=박종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