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마케팅전략>가격파괴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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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최근 프라이스 클럽이나 E마트등의 점포가 영업을 시작하면서 「가격파괴」라는 용어가 유행하고 있다.
가격파괴는 학술적인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엄밀하게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지만 통상적인 소매유통점의 가격보다 대폭 할인된 가격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같다. 기존의 소매유통점들은 이같은 가격파괴 점포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대응책을 강구하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기존의 유통점들이 인식해야할 것은 가격파괴형 점포도 분명히 정당한 점포차별화의 한 모습이라는 사실이다.
가격파괴형 점포는 일반적으로 점포의 실내장식.진열대.고객서비스 등을 대폭희생하고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상당한 수준의 고객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은 가격파괴형 점포를 찾지 않는다.
또한 가격파괴형 점포는 그 특성상 다룰 수 있는 상품의 종류가 상당히 제한적이다.
대개는 대형포장의 표준화된 공산품이 주류를 이루게 되는데 좀더 다양한 상품 구색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역시 가격파괴형 점포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가격파괴형 점포는 뚜렷한 표적고객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에게 저가격으로 포지셔닝되어 있는 소매유통업의 한 형태이지 그 이상도,그 이하도 아니다.게다가 가격파괴전략이 항상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예를들면 80년대 미국에서 생겨났던 「피플 익스프레스」라는 항공사는 비행기 승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수준을 극소화하고 가위 파괴적이라고 할만한 수준의 항공요금으로 에어라인 업계에 뛰어들었지만 고객들은 싼 항공요금보다는 적절한 수준 의 고객서비스를 선택했기 때문에 몇년 못가서 회사를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가격파괴형 점포가 성공할 수 있으려면 가격에 대해 민감하게반응하는 고객의 수가 많아야 하며 상품 구색도 그들의 기호에 맞게 갖출 수 있어야 한다.
기존의 소매유통점들도 가격파괴형 점포에 대해 경계하고 움츠러드는 소극적인 대응에 그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저가격을 극복해낼 수 있는 차별화 포인트를 적극적으로 개발해나가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河英源〈서강대 경영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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