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작기행><저자는말한다>"세계질서" 촘스키著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냉전체제가 붕괴되었다고 전세계가 요란하게 떠들곤 하지만 전혀흥분할 것이 못된다.서구가 세계를 지배한 지난 5백년 역사에서냉전도 단지 하나의 흘러가는 국면에 지나지 않았다.
미국의 경우 냉전체제는 국내적으로는 국력을 결집시키는 역할을했고 대외적으로는 제3국에 대한 개입이라는 범죄행위를 정당화해주는 명분으로 작용했다.
지금도 미국은 콜롬비아.과테말라.인도네시아.앙골라등의 압제정권을 지원,이들 나라에서 민주주의가 뿌리내릴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이들 나라가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미국의 개입에 상당한 원인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자유무역의 탈을 쓴 보호무역협정에 지나지 않는다.이 협정으로 미국 농업은 지금보다 훨씬 더살이 찌겠지만 멕시코인 수백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 뻔하다.
이스라엘과 아랍국가간의 투쟁도 크게 봐서 2차대전후 중동지역에서 영국이 빠져나간 지위를 차지하려는 미국의 대외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지난 90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기 전후 미국의 對중동 전략만 봐도 미국의 대외전략에는 국 익추구 외에는 별다른 원칙이 없음을 쉽게 알수 있다.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기 전 이란과 전투를 벌이던 사담 후세인을 지원할 때 미국이 내세운 명분은 이라크 민주주의의 수호였다.지금은 그러나 이란에 대한 견제세력으로 이라크내의 민주세력을 내버려두고 오히려 사담에게「적절한」힘을 묵 인하는 것이미국의 입장이다.냉전체제가 종식되긴했지만 미국이 도덕성을 회복하지 않고 계속 자국 이익만 챙길 경우 부국과 빈국의 경제적 격차는 갈수록 커져 냉전체제때의 군사적 대결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