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위험수위 대학가 性폭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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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리사회의 성문화(性文化)가 위험수위로 치닫기 시작한 것은 어제 오늘의 새삼스러운 현상이 아니다.성개방화의 세계적 추세를감안한다면 그같은 현상은 무조건 막으려 한다 해서 막아지는 것도,덮으려 한다 해서 덮어지는 것도 아닐는지 모 른다.문제는 사회 전체가 더이상의 퇴폐화.타락화를 방지하기 위해 얼마나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지성과 학문의 전당이라 일컬어지는 대학 캠퍼스와 그 주변에서알게 모르게 벌어지는 일련의 추행.희롱등 성폭력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보도는 우리사회 성문제의 한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준다.사회 분위기가 아무리 험악하다 해도 최소한 상아탑(象牙塔)만큼은 성문화에 있어 모범지대여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제는 방치할 수 없는 단계에까지 들어선 대학가의 성폭력문제는 두가지 문제를 제기한다.그 하나는 경찰당국과 대학당국의 무관심 속에 거의 무방비상태로 자행되고 있다는 점,그리고 다른 하나는 대다수의 피해자들이 수치심 때문에 혹은 보 복이 두려워당하고도 제대로 입을 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간혹 학교당국이성폭력사건을 인지(認知)한 경우에도 학교의 명예실추가 두려워 쉬쉬한다거나,피해자들이 경찰.학교 보다는 관련 여성단체에 호소하는 사례가 많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실상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 14일에는 서울시내 20개 대학 여학생회가 자체대책기구를 결성했고,몇몇 대학의 학생회가 상담소를 설치하는등 대책 마련에 부심(腐心)하고 있다고 한다.그러나 학생당사자들의 노력으로만 대학가의 성폭력이 근절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오산이다.경찰도,학교도 대학가의 성폭력이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 보편적인 상황이며,우리사회가 척결해야할 가장 중요한 과제 가운데하나라는 인식에서부터 출발하지 않으면 안된다.
경찰과 학교의 공조(共助)체제로 경비능력을 강화하는등의 대책을 철저히 마련해야 대학가 성폭력을 억제하고 더이상의 확산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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