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익재단 규제 과감히 풀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공익법인(公益法人)이란 글자 그대로 경제활동을 통해 얻은 이익을 공익을 위해 사회환원을 유도하는 법적 장치다.정부의 제한된 예산으로는 산업사회의 늘어나는 교육.문화.사회복지 분야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으니 대기업과 재산가의 참여 를 유도해 기업이윤과 소득을 사회로 돌리는 장치를 만든 것이다.그러나 우리의 공익법인에 관한 법과 시행령은 너무나 규제(規制)일변도고시대착오적이어서 원래의 뜻을 못살리고 있다.
물론 일부 기업이 공익법인을 재산도피나 증여의 방법으로 악용(惡用)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규제나 관리가 없을 순 없다.그러나 악용할 소지가 있고 악용한 소수가 있다 해서 선의의 다수공익법인을 범죄시하고,이들의 활동을 제한한다면 이는 분명 잘못된 운영체계다.
예를 들어 보자.공익재단에 출연하는 기금이란 많을수록 좋은 것이지만 현행법은 지정 기부금의 한도 자체를 제한하고,세제(稅制)상 혜택도 7%밖에 적용할 수 없게 해놓았다.그 뿐인가.정부는 올해부터 재단 출연자산에 대한 면세혜택을 출 자총액의 20%에서 5%로 크게 낮춰버렸다.늘리지는 못할망정 전보다 줄이는 쪽으로 개악(改惡)을 했다.사회를 위해 좋은 일을 하는만큼세제상 혜택을 주어 장려하는게 당연한 이치인데도 법은 거꾸로 가고 있다.
출연자가 여러 형태의 재단을 운영하다규모를 크게 늘리고,일원화하겠다는 뜻으로 통폐합하려 해도 현행법상 불가능하다.공익법인을 해산하면 재산 일체가 국가에 귀속되게끔 법은 못박고 있다.
세계 일류기업들은 대부분 거대한 문화사업이나 교육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모두 단일한 공익법인체로 구성돼 있다.하나로 단일화해서 문화.교육.복지사업등을 종합적으로 일관되게 추진하는게 훨씬 효과적인데도 현행법은 이를 막고 있다.
공익재단을 악용하는 악덕기업이나 사람이 있다면 이는 엄중한 감시와 규제를 통해 제재하면 된다.정부가 손대기 어려운 사업을기업과 자산가들의 유도를 통해 달성하려면 공익법인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는 과잉규제를 과감히 손질하는 법령 개 정작업이 시급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