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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金洙映문학상 수상 시인 車昌龍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김수영 시인의 시도 좋아하지만 온몸으로 시를 쓰는 그 자세를 더 존경해 왔습니다.』 제13회 김수영문학상 수상자로『해가지지 않는 쟁기질』(문학과지성사 刊)의 시인 車昌龍(28)씨가선정됐다.김수영문학상은 정희성.이성복.황지우.김광규.최승호등 중진 문인들이 거쳐간 문학상으로 소월시문학상과 함께 그 권위를인정받고 있다.車씨는 89년 봄『문학과 사회』로 등단한 이후 5년만에 낸 첫 시집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
車씨는 사회풍자적인 성격이 짙은 시를 쓴다는 점에서 김수영을닮았다.그러나 김수영이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똥」이라는 단어를주로 사용해 사회를 풍자한다.車씨는 이를 시대변화의 반영이라고한다. 『요즘은 섭취보다 배설이 문제가 되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인간적 가치의 기준이 생산의 장에서 소비의 장으로 넘어가고있어요.고난에 찬 자수성가보다 세련되고 풍요로운 소비가 더 미덕이 됐지요.똥은 배설이 중심이 된 현대문명의 문제를 상징합니다.』 車씨가 똥의 이미지로 풀어본 현대는 변비와 설사가 반복되는 난치병 상태다.변비는 개인 사이의 대화의 단절일 수도 있고 정치와 시민 사이의 의사불통 상황일 수도 있다.설사는 단절로 쌓인 불만과 증오와 광기가 폭발하며 사람들에게 상처 를 입히는 현상에 대한 비유다.車씨는 한국의 근현대사에서도 이같은 증상을 볼수 있다고 한다.
『정상적인 배설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탐색하는 작업이 뒤따라야겠지요.도시빈민의 삶을 3인칭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시를 통해 실마리를 찾아볼까 합니다.』 車씨가 도시 빈민의 어떤 모습에서 정상적인 배설의 가능성을 찾아낼지는 미지수다.
〈南再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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