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검찰, 이 후보 품에 안겨" 이명박 "정 후보 전쟁하러 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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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제17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에 참석한 후보들이 송지헌 아나운서의 사회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이인제·문국현·권영길·이회창·이명박·정동영 후보. [사진=조용철 기자]

6일 TV토론은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가 주제였지만 검찰의 BBK 주가조작 사건 수사 결과 발표를 둘러싼 신경전도 벌어졌다. 주요 후보들은 주어진 질문에 답하면서 BBK 얘기를 슬쩍 끼워 넣어 경쟁자를 깎아 내리려 했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대립 전선이 뚜렷했다. 이회창 무소속 후보는 둘의 언쟁에 끼어들지 않았다.

정동영 후보는 모두발언에서 "검찰이 세탁해 주려고 했는지 모르지만 이명박 후보가 부패한 후보라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라며 "진실이 생매장됐다"고 공격했다. 이명박 후보는 "범죄자의 말은 믿고 검찰은 믿지 않는데 북조선 검찰이 와서 조사했으면 믿겠느냐"고 맞받았다. 다음은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를 둘러싼 발언 내용.

▶이명박="어제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모든 것이 밝혀졌지만 그동안 국민에게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정권을 교체해 제가 대통령이 되면 편안하게 모시는 것으로 보답하겠다.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 2002년 김대업 식 공작정치가 유사한 방식으로 일어나고 있다. 음해하고 공작하는 구태정치는 끝내야 한다. 선진국처럼 정책 대결로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정동영="가짜와 위장이 판치는 대선 판도에서 거짓과 진실을 가려줄 힘은 국민 여러분밖에 없다. 솔직히 이 자리에서 탈세, 위장, 각종 거짓말 의혹에 휩싸여 있는 후보와 나란히 앉아 토론을 한다는 게 창피스럽다. 미국 같으면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이명박 후보는 토론회 자리에 앉을 수 없다.

오면서 충격적 얘기를 들었다. 변호인단이 김경준씨를 면회했는데, 김씨가 울며 얘기했다더라. '검찰이 살아야 하니 이명박씨를 칠 수가 없다. 네가 한 것으로 해달라. 그래야 우리도 살고 너도 산다'고 검찰이 말했다고 한다.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진실은 생매장됐다. 개인의 인권은 협박.회유.유린되고 있다. 국민적 저항이 뒤따를 것이다. 대통령의 최고 덕목은 신뢰다."

▶이명박="오늘은 정책을 토론하는 자리다. 정동영 후보는 전쟁하러 나온 것 같다. 평화주의자가 아닌 것 같다. 조금 전 검찰을 믿지 않는다고 했는데 범죄자의 말은 믿고 검찰은 믿지 않는다는 것이냐. 정동영 정권, 노무현 정권이 임명한 사람들이 조사했다. 대한민국 검찰을 믿어야 한다. 2002년 검찰이 권력과 합작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했을 것이다."

▶ 정동영="범죄자 얘기만 믿느냐고 했는데, 범죄자와 동업하지 않았나. 동업할 때 나라의 미래를 위해 했었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동업했다. 범죄자인 줄 알고 동업했나, 동업하고 나서 알았나. 현 정부 들어 권력기관을 자율화하고 국민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검찰이 이것을 악용해 이명박 후보의 품에 안겨버렸다. 김경준 메모에는 서툰 한국말이지만 '한국 검찰이 이명박 후보를 무서워한다. 이명박 후보를 빼주면 3년으로 맞춰주겠다'고 나온다. 이래서 검찰이 불신의 대상이 됐다."

▶권영길="검찰이 이명박 후보의 대변인, 경호실장이 된 것 맞다. 국민이 다 안다. 그러니 오늘은 북핵 문제 토론을 하자."

▶정동영="김경준씨의 혐의를 두둔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죄는 미워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다. 검찰이 (김씨를) 협박하고 회유해 진실을 매장하고 개인의 인권을 유린한 데 대해 분노한다. 국민의 품으로 돌려준 검찰권이 이명박 후보의 품에 들어가 버린 것을 바로잡는 게 (개헌보다) 훨씬 더 급한 일이다."

▶이회창="정권교체를 얘기하지만 정당에서 정당으로, 사람 얼굴만 바뀌는 것이라면 의미가 없다. 정직과 신뢰로 국민의 마음을 모을 수 있어야 한다."

▶이명박="참 혼란스러운 세상 같다. 진짜가 가짜 같고 가짜가 진짜 같다. 경험 없고 책임감 없고 말만 무성한 사람들이 정치에는 판을 치는 것 같다. 남을 음해하고 비난해서 되지 않는다. 자신이 만들어낸 것으로 주장하는 것도 옳지 않다."

채병건.김성탁.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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