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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 땐 왜 댄스곡이 나올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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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6일 서울 명동의 L업체 의류매장. 이 매장에 어울리는 음악을 고르기 위해 들른 뮤직스타일리스트 정윤종(27)씨의 눈이 반짝인다. 그는 먼저 매장 안의 모던한 스타일의 상품과 인테리어를 눈여겨 본다. 또 고객들이 주로 20~40대 남성이라는 점도 꼼꼼히 챙긴다. 마지막으로 정씨의 눈길이 간 곳은 천정 위에 붙어 있는 조명. 정씨는 “매장음악 선곡에 조명의 밝기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라고 말했다. 조명이 밝으면 경쾌한 곡을, 어두우면 차분한 곡을 고른단다. 정씨는 “이 매장에는 분위기가 있으면서도 밝은 음악이 어울린다”고 결론 내렸다.

고객의 감성을 사로잡고 매장 내 직원들의 업무효율성도 높이는 ‘뮤직 마케팅’이 확산되면서 ‘매장 음악’ 고르는 일도 전문 분야가 됐다.

하이마트 문석주 팀장은 “매장음악은 매출 향상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며 “또 매장음악 중간중간에 브랜드송을 섞어 브랜드 인지도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마트의 전국 100개 매장에서는 하루 종일 음악이 끊이지 않는다. 하루 약 300곡이 틀어진다. 마트 관계자는 “아침에는 주로 뉴에이지나 발라드처럼 경쾌한 음악을 틀어 구매욕구를 자극한다”고 말했다. 고객이 많거나 세일을 할 때는 템포가 빠른 댄스곡이나 리믹스곡을 배치한다. 가족단위나 직장인 고객이 많이 찾는 저녁시간에는 편안한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추억의 팝송이나 가요를 주로 튼다. 하이마트는 TV 광고로 인기를 끈 자사 광고를 하루에 30번 이상씩 방송한다. 고객들에게 브랜드를 인식시키기 위한 것이다. 하이마트는 또 오후 2시와 5시에는 숫자송을 트는 ‘클린타임’ 시간이 있다. 매장직원들이 복장, 상품 진열, 정수기 상태, 화장실 청결 상태 등을 점검하는 시간이다.

매장 음악의 선곡에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의 연령대다. 또 상품의 특성과 가격, 인테리어 등에도 어울려야 한다. 정씨 같은 뮤직스타일리스트가 매장을 방문해 직접 관찰한 뒤 매장 주인과 협의 과정을 거친다. 정씨는 “10대는 실험적 음악에 거부감이 없어 힙합이나 하드록을 선호한다”며 “고객 중 30대가 많으면 감성적인 음악을, 40대가 주류이면 올드팝이나 분위기 있는 흑인음악을 선곡한다”고 말했다. 업종에 따라서도 매장음악은 다르다. 의류업체는 팝을, 유통업체는 가요를 선호하는 식이다. 이 밖에 날씨나 계절에 따라서도 음악이 달라진다.

매장음악 서비스를 도입하는 업체는 날로 많아지고 있다. 비행기에 탑승할 때 나오는 음악, 탑승 후 좌석에 앉아 이어폰으로 듣는 음악, 편의점이나 치과·스키장·스포츠용품점에서 나오는 음악이 다 다르다.

최근엔 매장음악 서비스가 활기를 띠면서 가수들이 신보를 홍보하는 장소로도 활용된다. 10대 그룹 동방신기가 맥도날드에서, 가수 테이가 한 스포츠용품점에서 신곡을 매장음악에 섞어 틀고 있다.

매장음악 서비스를 제공하는 블루코드의 유진오 상무는 “배경음악 중간 중간에 로고송이나 CM송 등을 끼어 넣어 업체브랜드와 상품 마케팅을 동시에 추구하는 멀티음악마케팅을 추진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뮤직마케팅=음악을 활용해 기업과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음악적 감성을 자극해 판매 촉진을 꾀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현재 유·무선서비스에 활용하기 위해 음악 저작권을 많이 확보한 KT·SK텔레콤·KTF 등이 각각 자회사인 팝캐스트·비즈멜론·블루코드 등을 통해 매장음악 서비스 사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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