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드에서>공부하는 미국의 체육특기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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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미국 고교선수들도 4년제 명문대학에 체육특기장학생으로 입학하는 것이 한국과 마찬가지로 간절한 소망이다.
체육특기장학생이 되면 등록금면제,기숙사 무료거주,교재및 의료보험 제공등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다 경기력 향상과 프로진출의 유리한 기반을 닦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대학의 기본목적인 학문연마를 매우 중요시한다.따라서 아무리 우수한 실력을 지닌 선수라도 대학교육에 필요한 기본학력을 갖추지 못하면 체육특기생으로 입학할 수 없다.
미국대학체육협회(NCAA)에서는 운동선수들의 특성을 고려,일반 학생들에 대한 적용기준과는 달리 운동선수들이 4년제 대학에입학할 수 있는 최저 학력수준을 명시한 「프리포지션(PREPOSITION)48」이라는 규정을 정해 각 대학교 에서 실시토록하고 있다.
이 규정에 의하면 고교선수들은 한국의 수능시험에 해당하는 학력적성검사(SAT)시험에서 최소 7백점 이상(만점 1천6백점)을 받아야 하고 고교 주요 과목성적이 평균 C학점 이상이어야 체육특기장학생으로 입학,1학년부터 선수로 활약할 수 있다.지난해 이 시험 총응시자 평균이 9백2점,주요 주립대학 입학생 평균이 1천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7백점은 결코 쉽지 않은 점수다. 「프리포지션 48」규정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선수들은 차선책으로 4년제 대학에 가입학하거나 2년제 대학에 진학하기도 한다.4년제 대학에 가입학하는 경우 첫1년간은 아무런 장학혜택이 없고 경기나 동료선수들과의 연습이 허용되지 않는다.
선수 입장에서 주전을 차지하려면 동료나 선배들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1년간의 공백은 치명적이다.
또 2년제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에도 졸업후 다시 4년제대학에3학년으로 편입할 수 있지만 2년이라는 짧은 기간중 새로운 학교에 적응하며 주전선수로 발탁되기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4년제 대학에 입학했다 하더라도 재학중 학력이 미달될 때에는가차없이 체육특기장학생 및 선수자격이 박탈된다.운동선수들이 조금도 학업을 게을리하지 못하도록 독려하는 규정들이 마련되어 있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운동선수이기 이전에 대학생으로서의 역할과 임무를 더욱 중시하고 있다.특히 최근 NCAA에서는 「프리포지션48」규정의 상향조정을 계획중에 있으며 일부 대학에서는 이미상향조정해 실시하고 있다.학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선수는 아무리경기력이 출중해도 대학에서 버티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학업이 대학의 기본목적이라는 대의명분을 철저히 지키고 있는 미국의 상황이 수능시험을 앞두고 40점(2백점 만점)에 애태우는 우리의 현실과 새삼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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