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의어린시절>1.해태 이종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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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꿈은 아름답다.특히 어린시절의 꿈은 우리에게 아련한 추억으로다가온다.프로야구 스타들의 어린시절을 더듬으며 잊혀진 지난 날의 꿈들을 되새기는 계기를 마련해 본다.
[편집자註] 『야구는 내 인생입니다.절대로 그만둘 수 없어요.』 이종범(李鍾範)의 아버지 이계준(李啓準)씨는 더이상 막내아들에게 야구를 시키고 싶지 않았다.작은 체구로 운동을 하는 것도 안쓰러운데 매까지 맞는다니-.야구를 하도록 허락한 자신이원망스럽기까지 했다.
李씨는 훈련중이던 종범이를 강제로 야구부에서 빼내려했다.그러나 종범이가 막무가내로 버티는 바람에 실패했다.대신 李씨는 귀가한 「종범이」를 호되게 꾸짖은뒤 「야구를 그만둔다」는 각서를쓰도록 했다.
국민학교 5학년이던 어린 이종범이 쓴 각서의 내용은「야구는 내 인생이니 절대 그만둘 수 없다」는 것이었다.아버지는 어린 아들의 반발이 어이없기도 했지만 꿋꿋한 집념이 한없이 기특하게여겨져 노여움이 눈녹듯 사라졌다.
광주 서림국민학교 3학년때 야구를 시작한 종범에게 부모님은 최대의 후원자였다.
아버지는 일본전문서적을 번역해 종범에게 읽어주었고 어머니 김귀남(金貴南)씨는 저녁마다 아들의 훈련을 도왔다.金씨는 하루저녁 3백개에서 5백개의 스윙목표를 정해놓고 50번을 휘두를 때마다 돌멩이를 옮겨놓으며 아들의 훈련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또 당시 서림국민학교 감독을 집에서 기거케해 훈련이 끝난뒤에도 마당에서 개인지도를 받도록 해주기도 했다.
李는 당시를 회상하며 『야구선수가 되기 위해 필요한 기술과 정신자세는 국민학교때 다 배웠습니다』고 했다.
지난해 프로에 데뷔하자마자 곧바로 국내 최고의 유격수로 인정받았고 올해엔 공격부문에서 갖가지 기록을 세우며 프로야구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이종범.
이제 그는 자기 마음대로 야구를 그만둘 수도 없는 국내 프로야구의 보배가 됐다.
〈金弘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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