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신세대>국내 최초 공채UN직원박도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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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어느 때보다도 국제화가 강조되는 지구촌 사회에서 우리의 젊은이들이 속속 주역으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유엔본부에 공채로 합격한 박도윤(朴度胤.29)씨는 묵묵히 이런 국제화를 높은 수준에서 실천하고 있는 엘리트로 알려졌다. 부산출신으로 대학졸업후 미국 메릴랜드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그는 귀국하자마자 관련업계에 종사하다 우연히 신문에서 유엔본부 사무처직원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고 응시했다가 어려움없이 합격했다.
유학중 익힌 영어실력이 물론 중요한 것이었으나 국제적 감각에서 꿀릴 것 없는 당당함이 면접에서 좋은 효과를 낸 것같다고 공채시험 때를 회상했다.
합격후 한국에선 국내 최초의 유엔 공채 입성이라는 이야기도 나돌았으나 막상 뉴욕에 오니 중요한 자리에서 한국인들이 이미 7,8명 일하고 있었다.
朴씨는『유엔이라고 해서 보통 사람들과 상관없는 거리가 먼 곳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며『한국이 국제무대에서 매우 중요한위치에 있는 것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현지에서의 느낌을 피력했다. 유엔의 경제.사회.정보 및 정책 분석국의 통계부문에서근무하는 朴씨는 세계의 각종 자료를 수집해 특정한 방향에 맞추어 부가가치를 부여한 정보를 만들어내는 것이 자신의 일이라고 소개한다.
최근엔 동아시아 신흥공업국들의 경제 지표를 분석한 보고서를 만들었다는 朴씨는 유엔본부 사무처 말단 사원으로서의 소박한 위치를 설명하면서도 매우 거대한 시각의 연구를 해내고 있다는 자부심을 잃지않았다.
특히 전세계 인종과 국적의 전시장이나 마찬가지인 유엔본부에선세계적인 화합과 국가간의 경쟁심이 동시에 상존하는 환경이어서 이러한 자부심은 국제무대에서 일을 해나가는 중요한 요소가 아닐수 없었다.
朴씨는 유엔공식언어 국가로서 자국어를 모든 회의에서 자유롭게쓰는 중국.러시아.아랍국가들을 보면 우리로선 이들을 뛰어넘기 위해 외국어를 습득해야 하는 우리의 위치를 의식하고 외국어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이같은 인식하에 朴씨는 매일 일과후 1시간씩 유엔본부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한 교육프로그램으로 불어를 배우고 있다.
맨해튼 서부 허드슨강의 야경이 아름다운 유엔본부 근처 한 아파트에서 혼자 자취생활하는 朴씨는 딱딱한 프로젝트를 연구해나가면서「매일 세계 여행을 하는 것과 같은」 즐거움을 맛본다.
『뉴욕은 미국의 최대도시라기 보다는 전세계의 축소판과 같은 국제도시이기 때문에 한국의 음식과 전통은 물론 모든 동료들의 국가를 대표하는 색다른 전통을 쉽게 접할수 있다』는 것.
朴씨는『삭막한 도시 한복판인 맨해튼에서 1시간만 차를 몰고 나가면 누구나 탄성을 지르게 되는 아름다운 자연이 잘 보존된 곳』이라고 설명하면서 고국에서 아름다운 우리 자연을 가꾸어 나가게 되기를 기대했다.
유엔본부 말단사원인 朴씨는 경력 1년이 갓넘은 현재 연봉은 미국 대기업의 중견사원보다 다소 낮은 미국 공무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뉴욕=蔡奎振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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