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가족 위한 ‘쇼핑’서 나만의 ‘소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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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주부 최은정(58·서울 개포동)씨는 올해 초부터 생수를 사먹었다. 수돗물을 정수해 끓여 마시는 게 번거롭게 느껴진 데다 오래된 아파트의 낡은 수도관이 꺼림칙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한 달 생수 값으로 2만원을 쓰는데, 물을 끓이는 데 들이는 수고와 건강을 생각하면 그만한 가치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업가 송율(40·서울 역삼동)씨는 올 6월 이사하면서 벽걸이형 72인치 PDP TV와 멀티형 에어컨을 구입했다. 전에 쓰던 프로젝션 TV보다 화질이 선명하고 자리도 덜 차지해 좀 비싸긴 했지만 이 TV를 선택했다. 실외기 한 대에 에어컨 두 대를 묶어 파는 멀티형 에어컨은 거실과 방에 한 대씩 놓을 수 있다는 게 구입 이유였다. 한국인의 소비 행태가 점점 선진국형으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 이마트가 올 1월부터 이달 2일까지 전국 108개 점포에서 팔린 상품을 매출 기준으로 분석해 상위 100개 품목을 발표했다. 그 결과 프리미엄급 가전제품과 웰빙을 염두에 둔 제품의 매출이 크게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나 홀로’형 소비 늘어=병맥주는 올해 처음으로 캔맥주에 주류 매출 1위 자리를 내줬다. 캔맥주는 17위에서 12위로, 병맥주는 12위에서 16위로 자리를 바꿨다. 양이 많아 나눠 마시기 적합한 병맥주(500·640·1600mL)보다 양이 적은 캔맥주(355mL)가 더 많이 팔린 것. 일반 와인(750mL)의 절반 크기인 ‘미니 와인’(375mL)도 인기를 모았다. 와인 매출이 지난해보다 30% 늘었는데, 미니 와인은 80% 늘었다. 용량을 절반 가까이 줄인 소형 햇반(130g)도 전년에 비해 10% 더 팔렸다.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 노은정 부장은 “국민소득 2만 달러가 넘어서면 건강·여가·안전에 대한 욕구가 늘어 소비자들이 제품의 원산지·재료·첨가물은 물론 제조 과정까지 꼼꼼히 살펴 물건을 고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미엄급 가전제품 인기=가장 많이 팔린 100대 품목 중 가전제품의 세대교체가 두드러졌다. 브라운관 TV와 일반형 세탁기·냉장고는 매출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 47위였던 브라운관 TV는 올해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87위였던 일반형 세탁기는 99위로 떨어졌다. 반면 디자인을 개선하고 첨단 기능을 넣은 프리미엄급 가전제품이 잘 팔렸다. LCD와 PDP TV는 지난해와 같은 4위와 5위였으나 매출액은 10% 이상씩 늘었다. 냉장고의 경우 일반 양문형 냉장고(80만원대)는 11위에서 44위로 내려앉았다. 반면 겉을 화려하게 꾸민 프리미엄급 양문형 냉장고(100만원대)는 36위에서 7위로 뛰어올랐다. 멀티형 에어컨은 52위에서 15위로 급성장했다.

◆건강을 생각하는 상품 구입=웰빙을 앞세운 소비는 먹거리 부문에서 두드러졌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생수 매출의 급증. 지난해 매출 순위 99위였던 생수는 올해 79위로 뛰어올랐다. 반면 지난해 77위였던 탄산음료는 처음으로 매출 순위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패스트푸드의 대표 주자인 맥도널드의 매출은 줄어든 반면 동양식 간편 메뉴인 초밥 매출은 늘었다. 맥도널드는 매출액 순위에서 16계단 떨어졌고, 초밥은 16계단 올랐다. 와인 매출은 74위에서 51위로 오른 반면 소주는 21위에서 27위로 떨어졌다. 주5일제 근무 확산으로 여가가 많아지면서 캐주얼 의류 매출은 지난해보다 20% 늘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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