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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데뷔 40년 ‘은막의 여왕’ 윤정희 … 팬들이 특별전 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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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데뷔 40주년을 맞은 윤정희씨.

1967년 신년 벽두에 개봉한 영화 ‘청춘극장’(감독 강대진)은 새로운 스타의 화려한 탄생을 알렸다. 신성일·고은아씨와 호흡을 맞춰 여주인공역을 맡은 배우는 스무살을 조금 넘긴 신인. 직전에 합동영화사가 당시 50만원의 거금을 내걸고 실시한 주연 공모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됐다. 이 여배우는 이후 300편 가까운 영화로 은막을 빛냈다. 앞서 데뷔한 남정임·문희씨와 함께 이른바 여배우 트로이카 시대를 열었던 윤정희(64)씨다.

그의 데뷔 40주년을 기리는 특별전이 22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다. 주연한 ‘무녀도’(감독 강대진·67년)와 ‘강명화’(감독 최하원·72년 작)가 상영되고, 수십 편의 영화에서 호흡을 맞췄던 김수용 감독, 배우 신성일씨와 대화의 시간이 마련된다. 평생의 반려인 피아니스트 백건우씨와 후배 영화인들도 참석할 예정이다.

이 행사를 마련한 것은 다름아닌 팬들. 인터넷에 팬클럽을 운영 중인 안규찬씨는 “좋은 배우는 좋은 영화를 남겨야 하는데, 윤선생님만큼 좋은 영화를 많이 남긴 배우도 드물다”면서 “젊은 관객들에게 특히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윤정희씨는 행사 소식에 “40년이라니, 저도 놀랐다”면서 “고맙고, 즐겁고,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70년대 초 프랑스 유학과 결혼 이후에도 ‘위기의 여자’(87년) ‘눈꽃’(92년) ‘만무방’(94년)등 연기 활동을 쉬지 않았던 그다. 이후로도 도빌·부산·부천 등 국내외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활발하게 활동해 왔다.

그가 체감하는 영화 현장의 변화가 궁금했다. 여배우라고 해도 그 시절에는 코디네이터나 메이크업 전문가 같은 도움의 손길이 없었을 터.

“의상·분장 모두 당연히 직접 챙겼죠. 그게 저한테 맞아요. 누가 옆에서 왔다갔다 하면 정신집중이 안되거든요. ‘눈꽃’ 찍을 때 곁에서 화장을 해준다고 하기에, ‘감사합니다만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했죠. 그게 제 즐거움인 걸요.”

시계방향으로 신성일씨와 호흡을 맞춘 ‘위기의 여자’(감독 정지영·1987년), 남궁원·남진씨 등과 함께 출연한 ‘장미의 성’(감독 이봉래·69년), 제10회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분례기’(감독 유현목·71년).


전반적인 제작 여건 역시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굉장히 달랐죠. 잠자는 게 소원이었어요. 하루에 한 작품이 아니라 세 작품, 네 작품 이렇게 촬영을 했으니까요. 자랑하고 싶은 건, 그런 환경에서도 다들 참 열심히 했다는 점이에요. 그게 인생 사는 데 큰 도움이 됐죠. 백건우씨가 연주 다니는 게 영화일이랑 비슷해요. 이른 비행기를 타려면 오전 4시에 일어나 준비하기도 하고 그러죠. 영화 찍을 때 생각을 하면, 내가 이거 하나를 못하겠나, 하는 마음이 들죠.”

여배우라면 나이 드는 일이 혹 더 두렵지 않았을까.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물었다.

“카메라 앞에서나 배우인 거죠. 나이 드는 모습이 자연스럽죠. 감출 필요 없어요. 그러면 고통이죠. 스타라는 생각, 순간적인 스포트라이트에는 눈을 감는 편이 좋아요. 배우라는 일에 자긍심을 갖고 하면 좋은 결과, 좋은 영화가 나올 겁니다.”

상영할 영화 가운데 ‘무녀도’는 김동리 소설이 원작이고, ‘강명화’는 1920년대 기생과 대학생의 순애보 실화가 바탕이다. 행사를 마련한 안규찬씨는 ‘강명화’를 두고 “‘로마의 휴일’의 오드리 헵번 뺨치는 매력이 빛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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