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통신요금-과연 적정수준인가 문제점과 대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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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인프라중 하나인 통신,즉 전화.무선호출(삐삐),그리고 비즈니스맨의 필수품인 이동전화의 요금은 과연 적정수준인가.국내 통신요금이 외국에 비해 비싸다는 말은 가끔 들리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요금이 얼마나 비싸고 서 비스의 수준은 어떤지도 일반 소비자가 알 길이 없다.우리나라의 통신요금,특히 전화요금을 중심으로 전기통신요금의 적정성 여부를 따져본다. [편집자 註] 지난해 국제전화요금이 5~7% 인하된데 이어올들어 지난 7월에도 시외전화요금이 거리에 따라 44~53%나내려갔다(시내전화요금은 3분 한통화에 30원에서 40원으로 올랐다).무선호출 이용료도 이달부터 10% 정도 인하됐다.
통신 요금이 한꺼번에 이 정도 내렸으면 정부나 통신사업자들이생색낼 만도 하다.그리고 통신사업자들은 우리나라의 통신요금이 선진국에 비해 싸다고 말한다.그러나 이같은 단순한 숫자 늘어놓기로는 통신요금이 정말 싼 것인지,아니면 더 내 려도 되는 것인지 분명치 않다.
이동전화의 경우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현실을 감안하면 아직은 적자인 것이 확실하나 무선호출은 수도권 제2사업자들이 사업개시 1년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는 사실에서 가입자당 월3천원의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잠정추정할 수 있다.
월(月)이용료의 3분의 1 가까이가 사업자의 수익으로 돌아가는 것이다.엄청난 고수익률이다.
그러나 정작 심각하게 봐야 할 것은 유선계 일반전화의 경우다. 우선 1백명당 전화보급률 35대를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국민총생산(GNP)중 전화요금지출비율이 2.05%인데 비해 미국이1.75%,일본이 1.61%여서 국내 소비자의 전화요금 부담이선진국보다 크다이 정도면 0.3%포인트정도 더 많이 내는 것으로 보고 GNP 7천달러기준 4인 가구가 1년에 6만7천원정도더 부담하는 셈이다.
그러나 당국은 복지(福祉)통신의 척도인 시내전화요금의 경우 우리가 월등히 싸다고 주장할는지 모른다.한국통신은 지난 92년기준 시내전화의 경우 요금으로 받아들이는 돈이 원가의 65%에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작년초 한통화 25원에서 30원으로 올렸고올 7월 다시 40원으로 인상해 17개월간 60%나 요금을 끌어올렸다.
한국통신은 요금인상과 시내전화망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수익증가율(18.1%)이 비용증가율(7.2%)보다 높게 됨으로써 시내전화에서 더 이상 적자가 발생하지 않게 됐다고 분석했다.
체신부는 7월 요금 조정에서 시내요금은 올랐지만 시외요금이 대폭인하돼 오히려 연간 4천2백억원의 수익감소요인이 발생했다고밝혔다. 그러나 시내.시외.국제전화를 통틀어 92년은 평균1백34.3%의 원가보상률을 기록했고 93년에도 원가보상률이 여전히 1백33.1%를 기록한 것을 보면 시외.국제요금이 내려가도시내요금이 올라 전체 수지타산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시외전화와 국제전화가 원가의 1.8배정도 수익을 올리고 있으니 단순한 요금인하가 한국통신 전체에 큰 재정압박을 주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한국통신이 작성한 원가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익을 의도적으로 분산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군데군데에서 방만한 경영 흔적이 나타난다는 것.
첫째,내부투자수익률이다.전년도 매출액 대비 수익률을 그 다음해 내부투자수익률로 가정,다음해의 모든 비용을 이에 맞춰 부풀린다.자연히 비용은 늘고 수익은 준다는 것.
둘째,각종 연구개발기금등으로 활용하기 위해 체신부가 챙겨가는「통신사업특별회계보증금(通特보증금)」의 문제다.93년 체신부는한국통신 수입의 9.5%에 해당하는 1천2백11억원을 가져갔다.이는 한전등 다른 정부투자기관이 5%안팎인 것에 비해 비율에서 2배 가까운 규모다.
셋째,체신금고의 이자를 들수 있다.국민들이 낸 전화요금은 최종적으로 체신부가 관리하는 체신금고에 들어와 한달정도 머무르다한국통신으로 간다.이때 한국통신에 지불하는 이자는 물론 없다.
이로 인해 연간 3백30억원 정도의 이자 수입이 한국통신 수입에서 깎이는 셈이다.
그러나 우체국이 금고업무를 대행한다는 명목으로 받는 위탁수수료만 93년에 7백24억원이다.
이같은 느슨한 조직경영으로 종업원수 6만명인 국내 최대규모 기업의 1인당 연간 매출액은 고작 8천만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비효율성,방만한 경영과 부실한 원가관리의 원인을 체신부와 한국통신간의 물적.인적 유착관계에서 찾고 있다.즉,체신부가 한국통신을 「돈줄」로 쥐고 있다는 것.체신금고를 통해 연간 1천억원,통특보증금 1천2백31억원, 그리고 반강제적으로 지출되는 정보통신 유관기관 기부금 7백38억원등 거의 3천억원에 달하는 돈이 한국통신에서 체신부로 넘겨진다.이돈은 국민이 지불하는 통신요금 수준을 좌우할 수 있는 덩치라는것은 확실하다.
다음으로 지적할 수 있는 사실은 체신부.한국통신간의 끈끈한 인적 유착관계다.역대 체신부장관과 한국통신 사장은 「특수한 관계」로 이어져왔다.
한국통신 집행간부나 관리급 직원의 90% 이상이 체신부 출신이다.체신부와 한국통신의 이같은 인적 유착관계는 공정경쟁의 틀을 무너뜨리고 원활한 시장기능을 해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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