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 찾는 사람 절반이 "카드빚 갚으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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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연 1백%가 넘는 고리를 부담하면서까지 대부업체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금융감독원이 최근 대부업체 고객(1천6백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절반 이상은 카드 연체금 등 빚을 갚기 위해 대부업체를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부업체 이용 고객 10명 중 4명은 자력으로 빚을 갚기 어려운 상태다. 응답자의 '채무 재조정이 되면 갚겠다'(23%), '도저히 갚을 수 없다'(17%) 등 현재 상황에서 돈을 갚을 수 없다는 사람이 40%에 달했다. 빚 상환 능력이 없는 사람 중 상당수는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금감원 조성목 팀장은 "응답자 중 신용불량자는 31%에 불과했지만 은행이나 카드사에서 더 이상 돈을 빌리기 어려운 이들이 대부업체를 찾는 만큼 상당수가 향후 신용불량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대부업체 대출금의 용도로는 카드 연체금 상환(35%) 등 기존 채무를 갚기 위해서란 응답이 56%에 달한 반면 생활자금이나 사업 자금은 39%에 불과했다.

대부업체 이용 사유로는 병원비 등 급전 필요(21%).사업 실패(20%).실직(18%) 등 생계유지를 위한 이용 비중이 59%로 2002년 조사에 비해 15%포인트가 올라가 어려워진 경제 여건을 반영했다.

또 이번 설문 조사에서는 대부업체들의 불법 영업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결과로 추정한 대부업체의 연평균 금리는 1백18%나 됐다. 2002년 조사 때의 1백71%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대부업법에서 제한한 66%의 두배 가까운 수준이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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