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짱 신드롬' 어떻게 생각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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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인터넷 얼짱 열풍이 오프라인에까지 몰아치고 있다. 연예계는 물론 스포츠.정치 분야까지 사회 곳곳에서 하나의 코드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특수강도로 수배된 20대 여성은 얼굴이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강짱'(강도 얼짱) 칭호를 얻기까지 했다. 최근엔 얼짱에서 떨어진 네티즌을 주축으로 얼짱에 반기를 든 '얼꽝'연합 카페까지 등장했다. 외모지상주의의 극단적인 표출인가, 멀티미디어시대의 새로운 표현방식인가. 짱 신드롬,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인터넷에서 이른바 '몸'이 뜨고 있다. 운동으로 몸을 다진 '몸짱' 아줌마가 시선을 붙든다. 심지어 강도라고 해도 얼굴만 예쁘면 짱이 된다. 인터넷에서 '얼짱'으로 뜨기만 하면 곧 다른 매체에서도 각광받는다.

이런 현상을 언뜻 보면 "얼굴만 예쁘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는 식의 극단적 외모지상주의로 풀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원인을 찾으려면 간단치 않다.

최근 되는 대로 노래를 불러 스타가 된 '음치 가수'를 보자. 그의 인기는 천진난만한 외모와 서투른 노래 솜씨가 상승작용을 하며 호감을 불러일으킨 데서 비롯했다.

'~짱'과 '~치'는 이렇듯 동시에 인기를 끄는데, 시청각적인 요소와 감성 자극이라는 점에 공통 분모가 있다. 얼짱.몸짱은 단순히 외모가 아니라 어떤 외형적인 요소가 감성을 건드릴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해석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짱'은 원래 청소년들 사이에서 싸움을 잘 하는 사람에게 붙는 부정적 의미의 말이었다. 그런데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에게 '노짱'이란 호칭이 붙으면서 긍정적이며 보편적인 뜻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의 다소 거친 말투에선 듣는 재미를, 눈물 등에선 보는 감동이 네티즌을 움직여 '짱'이란 호칭이 붙게 된 것이다.

이런 방식은 보통 사람들의 모습이 인터넷에서 다수의 지지를 받으며 부상할 수 있는 자유분방한 민주주의 문화를 만들게 됐다.

인쇄매체는 이미지보다 내용이 중요하지만 인터넷에선 디지털 카메라와 캠코더 등을 활용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특성이 있다. 그만큼 영상의 비중이 커지는 과정에서 얼굴과 몸.말솜씨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요컨대 표현방식이 바뀐 것이다.

문제는 멀티미디어적 표현방식을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한 데서 나온다. 그래서 현상수배자조차 외모로 순위를 매기는 위태로운 장난기에서 보듯 넘치거나 부적절한 표현을 구별하지 못하고, 형식 그 자체의 말초적 자극에 열광하는 것이다.

인터넷은 또 감성적 공동체 성격이 강해 자신이 끌리는 것들에 집단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이 강하다. 음치도 네티즌의 코드와 맞아떨어지는 순간 짱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외모가 짱 대열에 합류할 수 없는 연예인도 성실하다고 받아들여지면 스타가 된다.

'짱'신드롬은 이처럼 인터넷이란 새로운 매체가 등장한 뒤 새로운 표현방식을 익히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으로 봐야 한다. '짱'현상을 겉으로만 볼 게 아니라 새로운 의사소통 방식으로 건전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혜실(한국과학기술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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